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 소형주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전자 등 대형주의 실적 부진이 중소형 납품회사들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면서 상대적으로 대기업 그늘에서 벗어나 있는 소형주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실적 전망에 거품이 덜하고, 수급이 몰려들고 있어 당분간은 소형주들의 선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소형주, ‘독야청청’ 최고치
14일 코스피 소형주지수는 1784.16으로 11.50포인트(0.65%) 올랐다. 사상 최고치다. 올 들어 꾸준하게 상승한 소형주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6.5% 급등했다. 같은 기간 대형주지수는 1.2% 빠졌다. 중형주지수(2.5%)와 코스닥지수(4.5%)도 강세를 보이긴 했지만 상승률은 소형주지수에 못 미친다.
개별 종목 중에서도 사상 최고가 종목이 수두룩하다. 소형주지수 구성종목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현대리바트(5713억원)는 이날 2.3% 오른 3만9300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 169% 올라 사상 처음으로 4만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콜마홀딩스도 올 들어 2배 이상 뛰며 최고가에 올랐고, 금강공업(259.5%) 건설화학(78.3%) 환인제약(63.3%) 등이 사상 최고가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기관 매수가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소형주 강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기관투자가들은 이달 들어 소형주를 25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4381억원을 사들였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관의 연간 순매수 규모는 소형주 랠리가 나타났던 2005~2008년을 넘어서고 있다”며 “당시에는 시장 전반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소형주들의 주가가 올랐지만 지금은 유독 소형주에만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형펀드 내 편입 비중도 대형주는 작년 말 80.94%에서 4월 말 현재 78.95%로 줄어든 반면, 소형주는 7.79%에서 9.59%로 1.8%포인트 올랐다. 중형주 편입 비중은 11% 선에서 변화가 없었다.
○“대형주 이익 회복되면 역전”
대형주의 잇따른 실적 부진이 소형주의 주가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 소형주가 중형주나 코스닥 종목보다도 오름폭이 컸던 이유는 상대적으로 정보기술(IT)이나 자동차 부품주 등의 비중이 낮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역시 부품주가 많이 포진돼 있는 시가총액 상위 100위 정도를 제외하면 오름폭이 코스피 소형주 못지않다는 설명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분기 어닝시즌에 접어들면서 원화강세 등의 여파로 IT와 자동차 분야 중소형주들의 실적 전망 역시 하향 조정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내수 관련주 비중이 큰 소형주의 경우 이익 전망이 오히려 상향 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대형주의 실적 전망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소형주의 상대적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다만 김 팀장은 “소형주의 경우 대형주나 중형주에 비해 변동성이 커 기관 수급의 방향성이 바뀌는 순간이 중단기 고점이 될 것”이라며 “기관들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