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발(發) 위기를 넘어라.’

삼성이 전자계열사에 대한 경영진단에 나선 건 스마트폰 시장 상황을 볼 때 삼성전자를 축으로 한 전자계열사의 부진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게다가 삼성전자와 전자계열사들은 최근 3~4년간의 호황 속에 인력과 조직을 대거 늘려왔다. 몸집이 불어난 상황에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 걷잡을 수 없는 위기가 올 수 있다.
삼성은 이번 경영진단을 통해 삼성전자만 바라보는 ‘천수답’ 식 경영을 해온 전자계열사들의 관행을 바로잡고 신사업을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와병 중인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일지도 관심이다.

최근 들어 삼성전자 계열사들의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1분기 약 8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하자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이 줄어든 탓이다.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의 진단을 받고 있는 삼성전기도 비슷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카메라모듈 등 부품이 줄면서 지난 1분기 영업이익 151억원이란 부진한 성적을 남겼다.

삼성그룹은 이 같은 전자계열사의 천수답 경영이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은 LG전자 외에도 중국 등에 판로를 꾸준히 개척해 최근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여서다.

또 중국 업체 부상 등으로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보고, 대책마련에 나선 측면도 있다.

삼성의 구조조정은 신수종 사업에 핵심 인력을 배치한다는 큰 원칙 아래에서 이뤄지고 있다. 상반기 구조조정을 진행한 삼성증권(300명)과 삼성생명(1000명)에서 퇴직한 인력 중 상당수는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으로 재배치됐다.

인력 재배치는 주로 바이오, 의료 등에 집중되고 있다. 자동차 배터리와 더불어 이 부회장이 적극 밀고 있는 미래 신수종 사업이다.

삼성은 1997년 외환위기 직전에도 선제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넘긴 경험이 있다. 이 회장이 1996년 “반도체가 조금 팔려 이익이 난다니까 그저 자만에 빠져 있다”고 질책한 뒤 삼성은 원가와 경비를 3년간 30% 줄이는 ‘경비 330’운동을 벌이고 반도체 부천사업장 등을 매각했다. 삼성 관계자는 “그간 실적이 좋다 보니 꼭 필요한 ‘조직 슬림화’도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이번 경영진단은 선제적으로 위기를 관리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남윤선/김현석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