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 전만 해도 유럽인의 평균수명은 39세 미만이었다. 20세기 초 미국인들도 45세가 안 됐다. 우리나라 평균수명 역시 볼품없어서 일제시대인 1925~30년에는 37.4세에 불과했다. 그러다 1960년 52.4세, 1980년 65.8세, 2007년 79.2세, 2012년 81.44로 늘었다. 그중에서도 최근 10년간 조사 결과가 가장 가팔랐다. 직업별 수명은 종교인이 평균 82세로 가장 높고, 다음이 교수와 정치인·법조인·기업인(77~79세), 고위공직자와 예술인·문인·언론인(72~74세) 순이었다. 체육인은 뜻밖에 69세로 낮았다.

평균수명이란 0세 출생자의 생존기대 햇수를 말한다. 출생시 기대여명 혹은 기대수명이라고도 부른다. 기대여명은 어떤 연령대로부터 몇 년 동안 더 살 수 있는지를 계산한 ‘남은 수명’이다. 반면에 건강수명은 평균수명에서 질병으로 고통받은 기간을 빼고 온전히 건강한 상태로 살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한다. 오늘날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은 항생물질 덕분에 유아 사망률이 낮아지고, 결핵 등으로 숨진 청년층이 줄었기 때문이다. 건강수명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얘기다.

오래 살고 싶은 욕심이야 전 세계 문명의 신화나 전설에서 확인된다.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서사시에도 ‘가시에 찔리면 젊음을 되찾는’ 식물이 등장한다. 진시황은 불로불사를 꿈꾸며 수은을 장복하다 중독으로 죽을 뻔했다.

최근에는 체내에서 세포의 생존을 결정하는 ‘장수 유전자’나 ‘시계 유전자’가 있다는 게 밝혀졌다. 평균수명이 120세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하지만 마냥 오래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게 ‘건강 장수’다. 수명의 양보다 질이 삶을 좌우하는 것이다. 보험회사들의 마케팅 포인트가 ‘건강 100세’로 옮아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저께 보건사회연구원 발표를 보니 한국인은 죽을 때까지 10.5년을 병으로 골골한다고 한다. 평균수명은 81.2세(2011년 기준)이지만 건강수명이 70.7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물론 10년간 계속 병상에 누워있는 건 아니고 생애 질병 기간의 총합이 그렇다는 얘기다. 건강수명이 평균수명보다 10년 이상 짧은 것은 당뇨, 비만 등 만성질환 때문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챙기라’는 말이 딱 맞다. 장수한 어른들은 늘 말했다. “최고의 영양은 음식이고, 최고의 보약은 웃음이며, 최고의 감각은 유머다.” 15초 웃으면 수명이 이틀 늘어난다고도 했다. 혹시 아는가. 자꾸 웃다보면 건강수명이 평균수명을 따라잡을 날이 불사조처럼 금방 올지.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