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개인전 ‘우리 삶의 빛나는 순간들’(7월15일~10월26일)을 열기 위해 한국에 온 미국 사진작가 조던 매터(49·사진)는 순간적인 열정에 몰입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 원래 야구선수였던 그는 배우로 전향했고 30대 초반에는 사진작가가 됐다.
“15년 전 미국 북동부 메인 주의 캐딜락 산에 하이킹을 갔다가 너무나 아름다운 경치에 매료됐어요. 이후 사진 수업을 듣게 됐고 그것이 오늘날 저를 사진가로 만든 계기가 됐죠.”
안전장치 없이 도약과 촬영을 반복하는 무용수, 운동선수의 공중 부양 몸짓을 순간 포착한 사진으로 유명한 그는 지난해 사비나미술관에서 개인전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도시의 일상을 무대로 전개되는 그의 사진은 꿈을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현실 이면의 이상을 꿈꾸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이번 전시에서는 무용수의 몸짓뿐 아니라 태양의 서커스, 엘로와즈 서커스 단원 등과 호흡을 맞춘 작품을 세계 최초로 선보인다. “무용수의 동작이 신체 곡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데 비해 서커스 단원들은 신체를 활용한 묘기와 강력한 힘을 잘 보여준다”는 게 그가 서커스 단원과의 협업에 나선 이유다.
그는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 모델에게 최소한 수십 번의 점핑을 요구한다. ‘무보수인 데다 위험이 따르는 과정이라 모델의 반발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무용수, 운동선수 할 것 없이 위험한 순간을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응한다”며 “서로의 열정이 통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매터는 오는 21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한국국제교류재단센터 특강, 발레리나 김주원 씨와의 비공개 협업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