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산 유정관 강관에 반덤핑 관세 부과키로 했다. 증권가에선 "우려스럽지만 최악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강관업체의 실적감소와 단기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지만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상실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12일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현대하이스코가 15.75%, 세아제강 등 8개 업체가 12.82%, 넥스틸이 9.89% 관세율을 부과받았다. 지난 2월 예비판정에서는 무혐의 결정을 받았지만 최종 판정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14일 증권가는 이번 반덤핑 관세 부과가 국내 철강 업체들의 실적과 주가에 부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대비 가격경쟁력 약화로 미국 수출량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란 판단이다.

특히 유정관 수출량 증가가 두드러졌던 세아제강의 주가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세아제강은 지난해 기준 유정관 수출액이 전체 매출에서 6.9%를 차지했다.

이재광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판정은 예비판정을 크게 뒤엎는 결과로 단기적인 주가약세가 불기피할 전망"이라며 "특히 투자포인트가 미국 유정관 수출량 증가였던 세아제강의 경우 주가 하락폭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세 부과에 따른 실적 감소는 제한적인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덤핑 관세율 수준을 고려했을 때 한국산 유정관 가격이 미국 제품과 비슷하거나 여전히 조금 더 쌀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2009년 99%의 반덤핑 관세율을 받고 수입시장 점유율이 20% 중반에서 한 자릿수 초반으로 급락한 중국 철강업체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현재 미국 유정용 강관은 톤당 1700~1800달러인 반면 국산 제품의 미국 수출 가격은 1200~1300달러로 가격 격차가 있다. 이번에 결정된 반덤핑 최고 관세(15.75%)를 적용해도 국산 제품 가격이 미국 제품보다 200~300달러 낮다.

박현욱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강관업체 주가에는 단기적으로 긍정적이지 않지만 시장에서 우려하는 중국산 유정관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수출선 다변화, 현지 진출 등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유정용 강관 수요의 지속적인 증가세도 희망적이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정용 강관에 대해 미국 정부가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보호하는 건 그만큼 수요가 좋기 때문"이라며 "미국에서 유정용 강관 수요가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수출량이 급감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