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더위가 찾아오면서 롯데백화점·마트, 현대백화점, 신세계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지난 4월부터 서둘러 식품 위생관리 강화에 착수했다. 먼저 롯데백화점·마트는 9월 30일까지를 ‘하절기 식품위생 집중 관리 기간’으로 지정했다. 롯데백화점은 식중독 위험이 높은 30여 품목을 선정해 특별관리에 들어갔으며, 롯데마트도 하절기 판매량이 급증하는 아이스크림, 빙수 등의 미생물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하절기 식품위생 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하절기 변질되기 쉬운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으며, 신세계 이마트는 매장 즉석조리 식품에 대한 샘플 수거 대상 점포수를 2배 늘리고 샘플수거 품목도 10개로 늘렸다. 이처럼 대형 유통업체들이 일찌감치 여름철 먹거리 위생관리에 나선 반면, 소비자들과 가장 밀접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등에서 판매되는 냉음료의 위생관리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10일에는 커피 프랜차이즈점 등에 원재료를 공급하는 식품제조·가공업체 33곳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식약처에 적발되기도 했으며, 특히 포털사이트 블로그와 게시판에는 빙수와 아이스커피 등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도마 위에 오른 프랜차이즈 디저트 카페의 인기품목 빙수의 위생 실태를 취재했다.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요즘 같은 무덥고 습한 날씨에 가장 인기 있는 여름철 디저트로는 역시 빙수를 1순위로 꼽을 수 있다. 최근에는 오리지널격인 팥빙수 외에도 과일빙수, 떡빙수 등 각양각색의 퓨전식 빙수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선택이 폭이 넓어져 여름철 먹거리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소식은 프랜차이즈 전문점 등을 중심으로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는 빙수의 위생관리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식품의약안전처는 지난 10일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점 등에 원재료를 공급하는 식품제조·가공업체 123곳을 감시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33곳을 적발해 관할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하절기 소비가 증가하는 빙수, 커피, 음료 등의 안전 및 위생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식약처가 농수산물품질관리원,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진행한 것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주요 위반 내용은 ▲허위표시·표시기준 위반(11개소) ▲위생적 취급기준 위반(5개소) ▲유통기한 경과제품 보관·사용(3개소)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는 콩가루 찜통 등 식품조리기구 근처에 대걸레를 널어놓거나 쥐의 분변이 널려 있는 곳에서 음료 재료를 생산한 업체들도 적발돼 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던졌다. 대형 커피가맹점의 브랜드를 믿은 일부 소비자들이 형편없는 품질의 재료를 사용한 빙수와 커피 등을 고가의 돈을 주고 사먹은 셈이다. '투썸플레이스' 과일빙수에서 손톱만한 벌레가…
얼마 전 CJ푸드빌은 포털사이트의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빙수 속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는 글이 올라와 몸살을 앓았다. 투썸플레이스는 CJ푸드빌에서 운영하는 디저트 카페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대구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달 5월 투썸플레이스 대구반월당점에서 요거베리 빙수를 먹다가 이물감이 느껴져 바로 뱉었는데 이를 확인해 보니 어른 중지 손톱만한 정체불명의 벌레였다.
이에 경악한 A씨는 자리에서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고 입을 헹구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그 사이 A씨의 일행은 아르바이트생과 매니저에게 강력히 항의했고 주문했던 빙수 두 그릇을 환불받았다.
그냥 매장을 나가려던 A씨는 사과를 제대로 받지 못한 점이 화가 나 매니저에게 위생과 청결 상태에 대해 따졌으나 돌아온 것은 '죄송합니다'라는 형식적인 사과뿐이었다.
A씨는 "우리 동네 갈비집도 벌레 잡아주는 회사에 가입돼 있는데 CJ는 위생과 청결을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냐"며 "집에 돌아와 아직까지 그 찝찝하고 놀란 마음에 물 한모금도 제대로 삼키지 못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CJ푸드빌 관계자는 "빙수에서 나온 벌레는 먼지벌레의 일종으로 추측된다"면서 "원재료 위생에 문제가 있거나 제조 과정에서 유입된 것이 아니라 제조가 끝난 후 빙수에 들어간 경우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건 이후 피해자와 만나 정중한 사과와 함께 성의 표시로 소정의 선물을 증정했고 피해자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인기만큼 이물질도 많은 콩가루 빙수 원조 '설빙'
한국형 프랜차이즈 디저트 카페로 다수의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설빙' 또한 빙수의 위생 관리 소홀로 소비자들에게 질타를 받고 있다. 콩가루 빙수의 원조로 불리는 '설빙'은 부산의 '떡시루'라는 떡집을 모체로 탄생했으며, 현재 전국에 289개의 직영점과 가맹점을 가진 대형 프랜차이즈로 성장한 곳이다.
포털사이트의 블로그와 커뮤니티 사이트를 살펴보면 프랜차이즈 '설빙'의 위생상태에 대한 지적이 꽤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소비자들의 컴플레인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사과와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아 몇몇 소비자들의 분노를 샀다.
한 블로거는 "강남서초점에서 망고치즈빙수를 먹었는데 스티로폼 조각이 씹혔다"며 "작은 조각이라서 예민한 사람이 아니면 그냥 모르고 먹었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혜화점에서 빙수를 먹었다는 또 다른 블로거는 게시물에서 "빙수에서 음식에 들어가는 파슬리가 나왔다”며 “바꿔달라고 요청하기 전까지 그냥 먹으라는 식의 태도를 보여 기분이 상했다"고 적었다.
또 청주점을 찾은 한 소비자는 "SNS등을 통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왔는데 직원이 위생장갑을 끼지 않고 빙수를 만드는 것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는 글을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게재했다. 이밖에도 포항 문덕점에서는 종이조각과 플라스틱 조각이 나왔으며 여수 여서동점에서도 빙수 안에 길이 2cm 정도의 종이조각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설빙 측 관계자는 '빙수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글들이 웹상에 많이 올라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처음 듣는 얘기"라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또 이 관계자는 "예민한 부분이어서 전화상으로는 답할 수 없으니 자세한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 달라"고 말해 질의서를 보냈으나 끝내 답신은 오지 않았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