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정치 인생 15년…4차례의 큰 스타일 변화
박 대통령은 1998년 국회에 첫발을 디딘 뒤 투피스 형태의 짧은 재킷, 긴 플레어스 커트나 벨벳 소재 홈드레스 스타일을 고수했다. 당시 고 육영수 여사에 대한 추억을 이끌어내려는 이미지 전략이란 평가가 나왔다.
당 대표 시절 상대당과 담판을 짓는 자리에 치마 대신 바지를 입고 나타나 ‘전투복’이란 말도 생겼다.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활동 패션’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꾀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브이넥 셔츠에 정장 바지 차림이었다. 노랑, 주황, 초록, 빨강 등 원색으로 선명함을 강조했다. 퍼스트 레이디로 나선 1974년 이후 30여 년 동안 유지했던 올림머리도 웨이브 단발로 정리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목을 감싸는 만다린 칼라(Mandarin collar)의 밝은 색깔 재킷으로 적극적이며 위엄이 느껴지는 ‘지도자 패션’을 선보였다. 크게는 아니지만 조금씩 칼라나 색상, 브로치를 달리해 미묘한 이미지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패션 전문가들은 ‘패션 정치’에 성공한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과 영국의 마거릿 대처처럼 박근혜 대통령도 그녀만의 패션철학을 담아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 패션을 통해, 패션에 의해 정치인 힐러리 클린턴이 되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과감한 카리스마를 담아낸 헤어 스타일과 깔끔한 정장 스타일’
힐러리 클린턴을 수식하는 말은 너무나 강력하고 세련됐다. 하지만 과거 힐러리의 사진만 놓고 보면 지금과 동일 인물임을 모를 수도 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긴 머리를 가끔 묶는 정도가 전부. 빌 클린턴 대통령과의 결혼 후에도 여전히 세련되지 못했던 힐러리. 그런 그녀가 클린턴이 주지사 재선에 탈락하자 급진적인 스타일 변화를 보였다.
그녀는 다양한 색상의 슈트 차림으로 ‘컬러 마케팅’을 했고, 심플한 액세서리로 단조로운 패션을 피했다. 헤어스타일에 특히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에 헤어 스타일 연출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케이스다.
요즘 힐러리는 영부인 시절 여성스러운 느낌의 단발머리와 달리 짧은 커트머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녀의 스타일에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으며 단호함마저 묻어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도 하지만, 대중을 흡입할 수 있는 품격 있는 이미지(스타일)을 갖추는 필요성을 안 것이란 평가다. ◆ 첫 파워 드레싱을 선보인 영국의 어머니, 마거릿 대처
끝없는 노력을 통한 그녀만의 시그너처 스타일 획득
머리카락을 모두 뒤쪽으로 빗어 넘기는 방식으로 고정시킨 헤어 스타일
언제 어디서나 그녀와 함께 했던 블랙 백
'역사의 얼굴을 바꾼 한 여인' ’철의 여인’ ‘시장경제로 영국을 치유한 어머니’ 등 그녀를 수식하는 말들은 너무도 많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한 인터뷰에서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대처 전 총리를 꼽았다.
옷 입기를 통해 그녀의 성향과 정치적 메시지를 읽으려는 이 현상에 불을 붙인 건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녀의 옷차림은 실크 블라우스와 치마정장에 핸드백 대신 검정색 서류 가방으로 요약된다. 한마디로 실용적이다.
마거릿 대처의 연대기를 담은 영화 ‘철의 여인’을 보면 그녀의 노력이 드러난다. 목소리 트레이닝, 헤어 스타일, 액세서리 하나하나까지 꼼꼼히 바꿔나가려고 노력한다. 지도자로서 이미지의 중요성을 깊인 인식했기 때문이다.
대처 전 총리는 1986년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누굴 위해서 옷을 입느냐고요? 옷을 때와 장소에 맞게 잘 입는 것은 국가가 제게 부여한 임무 중 하나입니다. 그것도 아주 중요한 임무지요”라고 털어놨다.
패션 디자이너인 홍익대 간호섭 교수(패션디자인과·사진)는 “박 대통령에게 어떤 패션을 고집하거나 롤 모델의 어떤 점을 따라야 한다고 고집하기 보단 박근혜 패션 철학을 이끌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승은정 인턴기자(숙명여대 의류학과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