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17회를 맞이한 동아제약 대학생 국토대장정은 국토대장정의 원조 격이다. 1998년에 처음 선보인 이 행사에 대해 동아제약 측은 “풍요롭고 안정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젊은이들이 고난과 역경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자 ‘도전’과 ‘열정’을 상징하는 문화코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은 동아제약 본사 전경.
▲ 올해로 17회를 맞이한 동아제약 대학생 국토대장정은 국토대장정의 원조 격이다. 1998년에 처음 선보인 이 행사에 대해 동아제약 측은 “풍요롭고 안정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젊은이들이 고난과 역경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자 ‘도전’과 ‘열정’을 상징하는 문화코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은 동아제약 본사 전경.
조국의 땅 구석구석 밟는 젊은이들에 잇단 사건·사고 “위험한 인기몰이” 논란

포털사이트에서 국토대장정을 검색해보면 동아제약 대학생 국토대장정, YGK 국토대장정, 두드림 국토대장정, 적십자사 희망풍차 SR나눔로드, SKY 국토대장정 등 여러 가지 국토대장정 행사가 눈에 띈다.

이 가운데 동아제약이 주최하는 국토대장정과 비영리 사업단 YGK(Youth of Great Korea)의 국토대장정이 대학생들 사이에선 가장 유명하다. 이런 이유로 국토대장정의 양대산맥으로 불리기도 한다.

올해로 17회를 맞이한 동아제약 대학생 국토대장정은 국토대장정의 원조 격이다. 참가비 등 전액이 무료이기 때문에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에게 최고로 인기가 좋으며 경쟁률 또한 매우 치열하다.

1998년에 처음 선보인 이 행사에 대해 동아제약 측은 “풍요롭고 안정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젊은이들이 고난과 역경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자 ‘도전’과 ‘열정’을 상징하는 문화코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은 “요즘 젊은 친구들은 배 곯은 경험이 없어 과거에 비해 확실히 나약하다”며 “어떻게 이 친구들을 강하게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국토대정정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아제약 대학생 국토대장정은 이미 144명(남 72명, 여 72명)이 참가자들이 지난 1일 제주에서 출정식을 갖고 인천 송도를 향해 20박 21일 동안 총 587.3km를 걷는 긴 여정에 돌입했다.
▲ 제16회 대학생 국토대장정 출정식을 개최모습. 동아쏘시오홀딩스 강신호 회장과 관계자들이 첫발을 내딛는 참가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없음. <사진=뉴시스>
▲ 제16회 대학생 국토대장정 출정식을 개최모습. 동아쏘시오홀딩스 강신호 회장과 관계자들이 첫발을 내딛는 참가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없음. <사진=뉴시스>
YGK(Youth of Great Korea)는 19~29세 사이의 청년회원으로 구성된 비영리 사회단체다. 이 단체가 주최하는 하계 국토대장정은 역사는 동아제약 대학생 국토대장정에 뒤지지만 한 기수에 대장단 20명, 스텝 400명, 대원 2000명이 참가하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대학생 청년 스텝진이 루트와 숙영지, 섭외지를 계획하고 밥차까지 직접 운영한다.

YGK는 국토대장정을 실시하는 이유에 대해 “청년들에게 무한한 가능성, 곧 꿈과 희망을 현실로 하기 위한 많은 경험들을 직접 지도하고 실습하게 해 이 세상이 더 밝고 아름답게 변화하는데 YGK 출신 청년들이 미래 리더로서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YGK 24기 하계 국토대장정도 지난 11일 20박 21일 일정으로 시작됐다. 국토대장정 루트는 일반루트 9개(목포1, 목포2, 해남1, 해남2, 부산1, 부산2, 포항, 울산, 동해)와 특별루트 2개(제주도, 독도) 등 총 11개 루트로 구성돼 있으며 독도루트는 별도의 비용 없이 우수스텝과 우수대원으로 선발된 인원(20명)이 가게 된다.

“동아제약, 일사병으로 인한 사망사고 감추기에 급급”

그러나 가장 큰 공신력을 갖고 있다는 동아제약과 YGK의 국토대장정도 한 차례 씩은 구설수에 시달린 바 있다.

동아제약의 경우 2008년 치러진 11회 박카스 국토대장정에 참여한 참가자 6명이 36.5℃의 찜통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고, 그중 한 여대생 서모씨가 고체온증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동아제약 측이 유가족과의 협상 와중에도 사고가 알려지는 것을 막는 데만 치중했다는 사실이 당사자들에 의해 제기됐다는 점이다. 당시 이에 대해 숨진 서씨와 함께 국토대장정에 참가했던 한 여대생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행사를 주최한 동아제약 측은 ‘젊음’과 패기'를 모토로 내걸고 있는데 과연 그런 단어를 말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사람이 죽었는데 숨기기 급급한 모습이 씁쓸하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 국토대장정에 오른 YGK(Young Great Korea, 위대한 대한의 청년) 서울팀이 강동수 풍납동을 행진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없음. <사진=뉴시스>
▲ 국토대장정에 오른 YGK(Young Great Korea, 위대한 대한의 청년) 서울팀이 강동수 풍납동을 행진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없음. <사진=뉴시스>
YGK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8월 이 단체에서 진행하는 국토대장정에 스태프로 지원한 대학생 김모씨 등 4명은 폭행을 당했다는 이유로 단장인 한모씨를 고소했다. 이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다른 참가자들도 폭행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증언했고 이를 목격한 일부 참가자들은 국토대장정을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YGK 측은 참가비를 적게 낸다는 이유로 스텝들에게 포털사이트 게시글 올리기와 전단지 돌리기, 포스터 붙이기 등의 홍보활동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포털사이트 블로그와 커뮤니티 게시판 등을 살펴보면 YGK 국토대장정을 홍보하는 글들이 무더기로 발견된다.

이와 관련, 대학생 A씨는 “국토대장정 단체들의 문제점 들이 고발프로그램 등을 통해 소개된 후로는 친한 친구들끼리 5~6명씩 모여서 국토대장정을 가는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애인 사귀러 국토대장정 참가하는 대학생들도 다수다”

또 참가자들에 따르면 국토대장정을 ‘애인 만들기’의 통로로 이용하려는 대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20여일 동안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내며 동고동락하기 때문에 커플이 탄생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대학생들은 국토대장정을 ‘연애대장정’, ‘커플대장정’ 등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국토대장정에 참여했던 대학생 B씨는 “산을 오르고 험한 길을 걸다보면 스킨쉽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금방 친해지기 때문에 연애 감정이 쉽게 싹트는 것 같다”며 “요즘에는 이성 친구를 사귀러 일부러 국토대장정에 참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얘기를 방증이라도 하듯 취재 과정에서 ‘남자친구(또는 여자친구)가 국토대장정을 다녀오더니 바람나서 헤어지자고 하더라’는 식의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대학생들도 만날 수 있었다. 또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사이트에서 ‘여자친구가 국토대장정 가서 바람 폈다’, ‘남자친구 국토대장정 절대 보내지 마세요’ 등의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