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삼성SDI 사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14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클라우스 드리거 BMW그룹 구매 총괄 사장(왼쪽 두 번째)과 배터리 셀 공급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과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 대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삼성SDI 제공
박상진 삼성SDI 사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14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클라우스 드리거 BMW그룹 구매 총괄 사장(왼쪽 두 번째)과 배터리 셀 공급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과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 대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삼성SDI 제공
삼성SDI가 BMW와 전기자동차 ‘연합군’을 형성했다. 지난 14일 두 회사는 전기차용 배터리 셀 공급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BMW가 생산하는 전기차에 삼성SDI가 배터리를 공급하는 내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의욕적으로 키워온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0년까지 최소 1조원 매출 ‘추가’

삼성SDI는 이번 MOU를 통해 앞으로 BMW의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면 배터리 셀 공급량을 늘리고, 차세대 소재 등 관련 기술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현재 팔리고 있는 전기차 i3, i8(사진) 외에 앞으로 출시되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에도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SDI는 2009년부터 BMW에 배터리를 납품해왔다. 이번 MOU로 BMW와 협력관계를 모색해온 중국 배터리 업체인 ATL을 따돌릴 수 있게 됐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지난 5년간 삼성SDI에서 배터리를 공급받은 BMW가 이번에 협력 분야를 넓히기로 결정한 것은 그만큼 우리 제품을 믿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BMW는 전기차 디자인 및 기술력 면에서 선두주자로 평가받는다. 이 회사의 소형 전기차 i3는 올해 3만대가량 팔릴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i3가 3만대 팔리면 삼성SDI는 2000억원 정도의 매출 증대 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 6년간 i3를 비롯해 다양한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에 배터리를 공급함으로써 삼성SDI는 BMW와의 비즈니스를 통해 최소 수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SDI는 BMW 외에도 포르쉐, 크라이슬러, 폭스바겐 등 유명 자동차 회사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올해 240만대 수준인 세계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 시장 규모는 2020년 800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서 올해 36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는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이재용 부회장의 야심작

전기차 배터리는 이 부회장이 의료기기, 바이오시밀러 등과 함께 미래 먹거리로 적극 육성하는 사업이다. 현재 BMW와의 우호적인 관계도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인맥을 구축하는 등 기반을 닦아놓은 것이다.

삼성은 2008년 BMW의 1차 협력사인 보쉬와 합작사 SB리모티브를 세워 BMW 납품을 추진했다. 그러나 2011년 보쉬가 자체 배터리 개발에 나서면서 합작이 깨졌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이 부회장은 2012년 2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기기 관련 행사인 월드모바일콩그레스(MWC)를 제쳐두고 독일로 달려가 BMW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회장을 만났다. 당시 이 부회장은 삼성SDI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시제품을 함께 몰며 라이트호퍼 회장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캐시카우’인 스마트폰 사업이 정체되고 삼성전자가 2분기 영업이익 7조2000억원이라는 ‘어닝 쇼크’를 기록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사업을 키워야 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일 합병한 제일모직의 분리막 기술 등을 활용하면 삼성SDI 배터리 사업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