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오락실·감자탕 프랜차이즈 이어 카페사업까지 대박…시트콤 PPL 마케팅 주효…올 해외 매장 600개 목표
“26세 때 아무것도 모른 채 돈을 빌려 호프집을 처음 열었습니다. 하지만 1년 만에 보기 좋게 망했죠. 상심해서 고향으로 내려가 어머니를 뵙는데, 홀로 9남매를 키운 그분의 인생이 떠오르더라고요.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46·사진)는 그 길로 서울로 와 새 사업을 구상했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오락실’이었다. 김 대표는 “기계는 중고로 일본에서 들여오고, 직원은 동전을 바꿔주는 한 명 정도만 있으면 되니까 비용이 별로 들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곧바로 오락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고, 1997년부터 4년간 게임기를 수입하는 한국세가의 대표를 맡았다.

외식업과는 2002년 감자탕 전문점 행복추풍령을 열면서 연을 맺었다. 김 대표는 “흔한 외식 메뉴인 감자탕에 묵은지를 접목해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행복추풍령은 3년 만에 320개까지 매장이 늘었다.

행복추풍령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2007년 김 대표는 다른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업을 구상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즐겁다”며 “열심히 살아온 어머니의 삶을 지침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쉴 틈이 없다”고 했다.

카페 프랜차이즈 사업을 구상한 것도 이 무렵이다. 김 대표는 “미국 출장 중에 뉴욕 맨해튼 도심을 지나다가 카페에서 일하는 바리스타의 모습을 관찰한 뒤 사업을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바리스타 세 명이 주문 접수부터 메뉴를 만들고 뒷정리까지 직접하는 모습을 보면서 단순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고 그는 전했다.

김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와 이듬해 카페베네를 오픈했다. 그는 “지금은 카페베네가 한국 대표 프랜차이즈로 꼽히지만 초기에는 인지도를 높이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첫해 카페베네는 12개 점포를 여는 데 그쳤다.

고심을 거듭하던 김 대표는 2009년부터 연예인을 모델로 쓰는 ‘스타 마케팅’을 시작했다. TV 광고와 간접 광고(PPL)도 도입했다. 김 대표는 “20~30대만을 공략하는 기존 커피전문점과는 달리 남녀노소 모두가 가는 곳이라는 것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고 말했다. 카페베네는 TV 시트콤에서 이순재 씨와 김자옥 씨가 데이트하는 장소로 나오는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스타 마케팅이 효과를 얻으면서 카페베네는 빠르게 성장했다. 2009년 137개 점포를 운영하며 224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카페베네는 지난해 매장 수를 907개까지 늘렸고, 매출은 1893억원으로 뛰었다.

김 대표의 시선은 이제 해외로 향하고 있다. 카페베네를 스타벅스와 같은 글로벌 커피기업으로 키우는 게 목표다. 카페베네는 미국, 중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에 35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안에 해외 매장을 600개까지 늘려 국내외에서 1500개 매장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 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