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늦춰달라"
경제계가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23개 경제단체는 15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내년에 시행되면 국내 산업경쟁력이 심각하게 약화될 것”이라며 시행 시기를 2020년 이후로 늦출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배출권거래제는 기업 공장, 사업장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미리 정한 뒤, 여분이나 부족분을 다른 기업과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유럽연합(EU) 28개국과 뉴질랜드 스위스 카자흐스탄 등 38개국이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다. 환경부는 오는 10월 기업별 배출량 허용치를 발표한 뒤 내년 1월 전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경제계는 그러나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경쟁국이 아직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시행하는 건 산업경쟁력만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진국 도입 시기 늦추는데…" 내년 시행땐 3년간 최대 27조 부담

경제계가 배출권거래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선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유럽연합(EU) 등 일부 국가가 이 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대부분 국가는 자국 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도입 시기를 늦추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 실효성도 없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8.6%를 차지하는 중국과 15.1%에 이르는 미국이 도입하지 않는 상황에서 배출량 비중이 1.8%에 불과한 한국만 도입한다고 해서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는 얘기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오염물질을 뿜어내는 대형 공장(중국, 미국 등) 옆에서 하루라도 빨리 공기청정기(한국)를 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경제계는 정부가 발표한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의 산정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BAU는 국가 단위에서 한 해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량을 뜻한다. 정부는 2009년에 조사한 BAU를 기준으로 2020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8억1300만으로 추정하고,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해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의 30%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경제계는 이에 대해 “정부는 2009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2020년 배출량을 전망하는데 2009년 이후 산업구조 변화를 고려하면 실제 배출량은 정부 전망치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며 “해외 탄소시장 분석기관도 2020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정부 전망치보다 30% 이상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지적했다.

경제계는 이 때문에 배출권거래제가 내년 1월 시행되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당장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기본계획에 따르면 내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17개 업종에 대한 배출권 허용량은 총 14억9500만인 반면 업계가 자체 산출한 배출량은 17억7000만에 달한다. 기업들 입장에선 정부 허용량을 넘어서는 2억7500만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사야 한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EU의 2010년 배출권 평균 가격(t당 2만1000원) 기준으로 5조9762억원에 달한다. 또 배출권을 구입하지 못해 과징금 상한선인 10만원을 부과받을 경우 기업 부담액은 27조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경제계의 주장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