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9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2014 사운드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프롬(왼쪽부터), 최고은, 타루. ‘여성 싱어송라이터’를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에는 이들을 비롯한 7명의 뮤지션이 공연할 예정이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17~19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2014 사운드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프롬(왼쪽부터), 최고은, 타루. ‘여성 싱어송라이터’를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에는 이들을 비롯한 7명의 뮤지션이 공연할 예정이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싱어송라이터’는 싱어(singer)와 송라이터(songwriter)를 합친 말이다. 단어 그대로 곡도 쓰고 노래도 하는 사람을 뜻한다. 한국에선 한대수, 김민기를 시작으로 수많은 싱어송라이터가 활동하고 있지만 여성의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2000년대 이후 자신의 곡을 직접 노래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크게 늘어났다. 지금도 홍대에선 새로운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등장하고 있다. ‘홍대 여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 서울 정동에서 타루, 최고은, 프롬을 만나 한국에서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산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봤다. 2007년 데뷔한 타루는 비슷한 시기에 솔로 활동을 시작한 요조, 한희정과 함께 ‘홍대 여신’으로 불린 대표적 여성 싱어송라이터. 프롬은 거친 음질의 ‘로파이(Lo-Fi)’ 사운드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고은은 최근 영국의 세계적 음악 페스티벌 ‘글래스톤베리’에 초청받아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이들은 오는 17~19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2014 사운드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이 행사의 올해 주제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다. 이들 외에도 장필순 한희정 요조 민채까지 총 7명이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은 싱어송라이터의 장점으로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노래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최고은은 “내게 음악은 소설이나 시, 그림처럼 ‘나’를 기록하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프롬은 “제 목소리가 여자치고는 낮다보니 여자 가수를 위해 만든 다른 가요는 쉽게 부르지 못한다”며 “제 키에 맞춰서 노래를 만들어 부를 수 있고 표현하고 싶은 부분은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혼자 활동하면서 힘든 점은 없을까. 타루는 “소녀 가장 같은 느낌이 있다”며 “멤버들이 있으면 결과물에 대한 책임도 나눌 수 있는데 혼자 활동하면 온전히 제 책임이 된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내가, 혹은 타인이 겪은 경험을 갖고 곡을 쓰면서 삶의 소박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을 수 있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발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차례대로 데뷔하는 동안 ‘홍대’라는 공간의 성격도 계속 변했다. 프롬은 “어느 순간 홍대입구역에서 사람들을 만나지 않게 됐다”며 “상수나 합정, 연남동과 같은 장소가 예전 홍대와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뮤지션들의 활동 장소도 홍대를 벗어나 상수, 합정, 서촌, 문래 등으로 확장됐다.

마인드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을 거야’란 마인드의 ‘골방 뮤지션’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외려 대중과 먼저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늘었죠.”(타루)

“더 이상 홍대라는 장소, 인디 뮤지션이란 이름이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많은 인디 밴드들이 전국 투어도 하면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니까요. 몇몇 팀은 해외 유명 페스티벌에 초청받기도 하고요. 주류 음악, 인디 음악 이런 경계 없이 시장성을 갖출 수 있는 경쟁력과 구조가 필요한 거죠.”(최고은)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