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밀레니엄 포럼] "소비심리 개선 필요…금리인하 득실 다각도로 따져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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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韓銀 총재
가계빚, 소비 제약하는 수준까지 와 있어
기업 자금흐름 개선 위한 방안 찾고 있다
토론 내용
가계빚, 소비 제약하는 수준까지 와 있어
기업 자금흐름 개선 위한 방안 찾고 있다
토론 내용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한경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해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질문에 “성장의 내용을 봐야 한다”는 얘기를 되풀이해 강조했다. 아직은 방향성을 결정하기가 어렵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는 “우리 경제는 3%대 후반의 성장률을 이어가겠지만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에만 기댄 결과”라며 “고용도 장년층과 서비스업에만 집중돼 개선의 여지가 크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한은은 지난 10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3.8%로 내리며 이미 경기하방 압력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이날 한발 더 나아가 “내수기반이 약해 해외 충격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며 “내수를 살리려면 획기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새 경제팀과의 구체적인 정책공조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한은이 언제든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 제 역할을 해나갈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선진국 양적완화로 국제금융시장에 생긴 거품이 붕괴되면 새로운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타당한 지적이다. 지난달 말 국제결제은행(BIS) 연차총회에서도 각국 중앙은행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선진국의 양적완화 이후 시장 변동성이 낮아졌다. 저금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는 확대됐다. 모두 글로벌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김 전 금감원장=물가안정과 고용안정을 목표로 하는 미국 중앙은행(Fed)과 달리 한국은 물가목표만 갖고 있다.
▷이 총재=한은법도 물가와 경기를 균형있게 고려할 것을 규정한다. 한은법 제1조는 ‘물가안정을 도모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내용이다. 물가 수준에 문제없다면 경제발전에도 힘을 보태라는 의미다.
▷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올가을에 미국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끝내면 한은은 어떻게 대응하나.
▷이 총재=우려되는 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전에 시장금리가 급등해 국내에서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 등이다. 여러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교수=소비 촉진을 위해선 기준금리를 내려야 하지 않나.
▷이 총재=금리인하가 소비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금리를 내리면 빚을 짊어진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줄어들겠지만 금융자산을 보유한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줄어든다. 물론 단기적으로 소비에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계빚이 더 늘어나 중기적으로는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양면성을 다 감안해야 한다.
▷이근 서울대 교수=중앙은행이 자본이동의 자율성과 통화정책의 독립성, 변동환율제 등 세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기 어렵다는 ‘트릴레마(세 가지 딜레마)’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 총재=그렇다. 선진국은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모든 것을 살펴보고 결정한다’는 말을 쓸 정도다. 그러다 보니 중앙은행이 평소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정부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개선하려 한다. 한은의 입장은.
▷이 총재=LTV·DTI 규제를 도입할 때와 현재의 상황, 규제 완화의 비용과 효과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한은 의견을 개진할 것이다.
▷이 교수=한국의 가계부채 규모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 총재=가계빚이 가계 소비를 상당히 제약하는 수준에 와 있다. 하지만 급속한 차입 청산(디레버리징)은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는 가계빚이 증가하더라도 소득증가율을 넘어서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가계빚이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가계빚 대부분은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단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은 저소득층 한계가구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다.
▷장종현 비앤엠씨코리아 대표=경제 문제를 경제 정책으로만 풀기 어려운 시대다.
▷이 총재=사회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갈등 조정 비용이 높아졌다. 송전탑 하나 세우려 해도 갈등이 극심하고 해소 비용이 많이 든다.
▷윤만호 언스트앤영 부회장=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아가고 있다.
▷이 총재=타당한 지적이다. 급속한 고령화가 걱정스럽다.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도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최흥식 하나금융지주 고문=화폐유통 속도가 많이 떨어졌다.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 총재=시장 전체의 유동성은 적지 않지만 신용이 낮고 취약한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의 신용 위험 차이가 크다. 자금 흐름 개선을 위해 한은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김도훈 산업연구원장=규제개혁 등 장기대책과 별개로 경제주체 심리도 살려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총재=동의한다. 단기적인 심리 개선 노력도 함께 필요하다.
▷현정택 인하대 교수=물가안정목표를 연 2.5~3.5%로 하는 대신 3%로 정하고 상하 여지를 두는 것이 어떨까.
▷이 총재=그러면 한은의 목표가 단순히 3%로 인식돼 실제 목표와 달라질 것이다. 2016년 새 목표치를 정할 때 여러 의견을 모으겠다.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생기면 단기적으로 혼란이 있지 않나.
▷이 총재=위안화 결제가 급속히 늘어나진 않을 것이다. 아직은 달러화 결제 관행이 강하다. 위안화 가치가 좀더 안정적이어야 결제비중이 늘어날 것이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한은은 지난 10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3.8%로 내리며 이미 경기하방 압력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이날 한발 더 나아가 “내수기반이 약해 해외 충격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며 “내수를 살리려면 획기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새 경제팀과의 구체적인 정책공조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한은이 언제든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 제 역할을 해나갈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선진국 양적완화로 국제금융시장에 생긴 거품이 붕괴되면 새로운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타당한 지적이다. 지난달 말 국제결제은행(BIS) 연차총회에서도 각국 중앙은행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선진국의 양적완화 이후 시장 변동성이 낮아졌다. 저금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는 확대됐다. 모두 글로벌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김 전 금감원장=물가안정과 고용안정을 목표로 하는 미국 중앙은행(Fed)과 달리 한국은 물가목표만 갖고 있다.
▷이 총재=한은법도 물가와 경기를 균형있게 고려할 것을 규정한다. 한은법 제1조는 ‘물가안정을 도모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내용이다. 물가 수준에 문제없다면 경제발전에도 힘을 보태라는 의미다.
▷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올가을에 미국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끝내면 한은은 어떻게 대응하나.
▷이 총재=우려되는 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전에 시장금리가 급등해 국내에서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 등이다. 여러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교수=소비 촉진을 위해선 기준금리를 내려야 하지 않나.
▷이 총재=금리인하가 소비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금리를 내리면 빚을 짊어진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줄어들겠지만 금융자산을 보유한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줄어든다. 물론 단기적으로 소비에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계빚이 더 늘어나 중기적으로는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양면성을 다 감안해야 한다.
▷이근 서울대 교수=중앙은행이 자본이동의 자율성과 통화정책의 독립성, 변동환율제 등 세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기 어렵다는 ‘트릴레마(세 가지 딜레마)’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 총재=그렇다. 선진국은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모든 것을 살펴보고 결정한다’는 말을 쓸 정도다. 그러다 보니 중앙은행이 평소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정부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개선하려 한다. 한은의 입장은.
▷이 총재=LTV·DTI 규제를 도입할 때와 현재의 상황, 규제 완화의 비용과 효과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한은 의견을 개진할 것이다.
▷이 교수=한국의 가계부채 규모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 총재=가계빚이 가계 소비를 상당히 제약하는 수준에 와 있다. 하지만 급속한 차입 청산(디레버리징)은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는 가계빚이 증가하더라도 소득증가율을 넘어서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가계빚이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가계빚 대부분은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단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은 저소득층 한계가구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다.
▷장종현 비앤엠씨코리아 대표=경제 문제를 경제 정책으로만 풀기 어려운 시대다.
▷이 총재=사회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갈등 조정 비용이 높아졌다. 송전탑 하나 세우려 해도 갈등이 극심하고 해소 비용이 많이 든다.
▷윤만호 언스트앤영 부회장=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아가고 있다.
▷이 총재=타당한 지적이다. 급속한 고령화가 걱정스럽다.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도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최흥식 하나금융지주 고문=화폐유통 속도가 많이 떨어졌다.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 총재=시장 전체의 유동성은 적지 않지만 신용이 낮고 취약한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의 신용 위험 차이가 크다. 자금 흐름 개선을 위해 한은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김도훈 산업연구원장=규제개혁 등 장기대책과 별개로 경제주체 심리도 살려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총재=동의한다. 단기적인 심리 개선 노력도 함께 필요하다.
▷현정택 인하대 교수=물가안정목표를 연 2.5~3.5%로 하는 대신 3%로 정하고 상하 여지를 두는 것이 어떨까.
▷이 총재=그러면 한은의 목표가 단순히 3%로 인식돼 실제 목표와 달라질 것이다. 2016년 새 목표치를 정할 때 여러 의견을 모으겠다.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생기면 단기적으로 혼란이 있지 않나.
▷이 총재=위안화 결제가 급속히 늘어나진 않을 것이다. 아직은 달러화 결제 관행이 강하다. 위안화 가치가 좀더 안정적이어야 결제비중이 늘어날 것이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