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조사 이왕 '칼' 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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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오상헌 증권부 기자ohyeah@hankyung.com
오상헌 증권부 기자ohyeah@hankyung.com
“펀드 가입자한테 높은 수수료를 받은 것도 모자라 펀드가 주식을 사기 전에 개인 계좌로 그 종목을 미리 매입했다면 결국 고객은 이용만 당한 게 아닌가요.” 16일 자신을 펀드투자자라고 밝힌 독자의 전화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전날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산운용사 특별검사 결과는 그만큼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A사 경영진은 운용 펀드의 주식 매입 정보를 빼낸 뒤 개인 계좌로 해당 종목을 미리 사들였고, 주가가 오른 뒤 팔아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B사는 계열사에서 낮은 수수료(맡긴 돈의 0.1%)를 받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개인 고객에게 6배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기도 했다. 또 C사는 을(乙)의 입장인 증권사 브로커를 동원해 펀드 수익률을 조작했다가 적발됐다.
금감원이 작심하고 직원 54명을 한 달간 투입하는 대대적인 검사를 벌인 끝에 얻어낸 성과다. 사생활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펀드매니저들이 쓰는 야후메신저를 일일이 들여다보는 ‘강수’도 뒀다.
금감원이 자산운용업계의 모럴해저드를 밝혀낸 것은 충분히 박수받을 일이다. 그러나 씁쓸함도 남는다. 이번에 조사대상이 된 브레인 미래에셋 KB 등 7개 업체는 기업규모별 또는 유형별로 무작위 선정됐다.
업체별로 혐의를 특정하지 않고, 각종 부정의 형태만 발표한 탓에 자칫 조사받은 업체는 물론 86개 자산운용사 전체가 심각한 부정을 저지른 것처럼 오해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 한 자산운용업체 대표는 “범죄집단으로 매도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번에 드러난 부정 사례는 시장에서 오랫동안 소문으로 돌던 것들이다. ‘설마’하긴 했지만 10여년 동안 이런 부정이 있을 수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금감원이 늦게나마 조사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부정이 지속될 수 있도록 방치한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 이번 조사 결과는 역설적으로 금감원이 그동안 직무유기를 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시장 관계자는 “금감원이 기왕 칼을 뽑았으면 업계에 아무런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부정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업체만을 대상으로 검사하고, 징계도 흐지부지한다면 신뢰만 떨어뜨리는 역효과가 날 것이란 걱정이다.
금감원은 순차적으로 조사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그래야 억울한 자산운용사가 생기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가 투자자들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오상헌 증권부 기자ohyeah@hankyung.com
A사 경영진은 운용 펀드의 주식 매입 정보를 빼낸 뒤 개인 계좌로 해당 종목을 미리 사들였고, 주가가 오른 뒤 팔아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B사는 계열사에서 낮은 수수료(맡긴 돈의 0.1%)를 받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개인 고객에게 6배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기도 했다. 또 C사는 을(乙)의 입장인 증권사 브로커를 동원해 펀드 수익률을 조작했다가 적발됐다.
금감원이 작심하고 직원 54명을 한 달간 투입하는 대대적인 검사를 벌인 끝에 얻어낸 성과다. 사생활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펀드매니저들이 쓰는 야후메신저를 일일이 들여다보는 ‘강수’도 뒀다.
금감원이 자산운용업계의 모럴해저드를 밝혀낸 것은 충분히 박수받을 일이다. 그러나 씁쓸함도 남는다. 이번에 조사대상이 된 브레인 미래에셋 KB 등 7개 업체는 기업규모별 또는 유형별로 무작위 선정됐다.
업체별로 혐의를 특정하지 않고, 각종 부정의 형태만 발표한 탓에 자칫 조사받은 업체는 물론 86개 자산운용사 전체가 심각한 부정을 저지른 것처럼 오해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 한 자산운용업체 대표는 “범죄집단으로 매도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번에 드러난 부정 사례는 시장에서 오랫동안 소문으로 돌던 것들이다. ‘설마’하긴 했지만 10여년 동안 이런 부정이 있을 수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금감원이 늦게나마 조사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부정이 지속될 수 있도록 방치한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 이번 조사 결과는 역설적으로 금감원이 그동안 직무유기를 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시장 관계자는 “금감원이 기왕 칼을 뽑았으면 업계에 아무런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부정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업체만을 대상으로 검사하고, 징계도 흐지부지한다면 신뢰만 떨어뜨리는 역효과가 날 것이란 걱정이다.
금감원은 순차적으로 조사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그래야 억울한 자산운용사가 생기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가 투자자들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오상헌 증권부 기자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