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서울 대치동 목동 등 학군 선호지역에서 ‘학군 이주 수요’가 작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목동 우성2차 아파트 주변 전경. 한경DB
올여름 서울 대치동 목동 등 학군 선호지역에서 ‘학군 이주 수요’가 작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목동 우성2차 아파트 주변 전경. 한경DB
“올여름 들어선 아직 학군 이주 수요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전세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나갔는데 올해는 손님이 없어 전세 가격이 조금 하향조정되는 느낌입니다.”(서울 도곡동 신세계공인 김기준 대표)

“전셋값이 연초에 비해 오히려 조금 내렸습니다. 연초 5억5000만원이던 서울 목동의 전용 95㎡ 전셋값이 지금은 5억원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한 달째 거래가 안 되는 매물도 있어요.”(목동 까치공인 남은숙 대표)

○여름방학 학군 수요 ‘미지근’

방학을 이용해 학군 선호도가 높은 곳으로 이주하는 이른바 ‘학군 이주 전세’ 움직임이 올여름엔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엔 서울 강남·서초·송파·목동(양천구), 경기 분당 등 학군이 좋은 곳에서 6월 말이나 7월 초부터 전셋값이 급등했다. 올해는 서울 잠실동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셋값이 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사교육 1번지로 통하는 대치·도곡동 전셋값은 작년 여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다.

대치동 신대치공인 김정원 대표는 “은마아파트 101㎡ 전셋값이 3억5000만~3억7000만원 수준으로 작년 여름과 비슷하다”며 “대치·도곡동 일대에선 통상 6월 초부터 학군 수요가 시작되는데 올해는 예전만 못해 전셋값이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서남권에서 학군이 좋은 곳으로 평가받는 양천구 목동도 사정이 비슷하다. 목동 M공인 관계자는 “학군 이주 수요가 적어 전세 매물이 조금씩 쌓이고 있다”며 “3월부터 시작된 약보합세가 여름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 일산 등 인기 신도시도 마찬가지 양상이다. 분당 서현동 세종공인 김병은 대표는 “전용 84㎡ 전셋값이 연초에 비해 1000만원 정도 떨어졌다”며 “경기가 좋지 않아 이사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산 호수마을 하나공인 이성범 대표는 “재계약 시점에서 집주인이 전세가를 올리려 하면 김포한강신도시 등으로 이사가 버린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통계로도 감지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달 첫주 서울 평균 전셋값 상승률은 0.03%에 머물렀다. 작년 같은 기간 0.15%와 비교하면 상승률이 5분의 1 수준이다.

강남구의 경우 작년엔 0.22% 올랐지만 올해는 0.07% 상승에 그쳤다. 이에 앞서 6월의 서울 전셋값 상승률도 작년에는 0.2%였으나 올해는 0.09%에 그쳤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학군 이주 수요가 있는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들도 작년 여름에 비해 전셋값이 전반적으로 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격년 주기로 쉬어가

물론 전셋값이 움직이는 곳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파크리오 등 서울 잠실동 일대 신축 아파트 84㎡ 전셋값은 지난달 말에 비해 2000만원 정도 상승했다. 또 서울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전용 72㎡ 전셋값도 최근 2000만원 이상 뛰었다.

그러나 작년과 같이 대부분 지역에서 전셋값이 급등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올여름에는 작년과 같은 극심한 전세난은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김능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2011년 여름 전셋값이 급등한 뒤 2012년에는 주춤했다”며 “올여름에도 작년에 전셋값이 많이 오른 영향으로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전셋값 오름 폭이 상대적으로 낮아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전세난은 작년에 비해 많이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조성근/이현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