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으로 떠받들어지는 미스월드 출신의 인도 영화배우 아이슈와라 라이. 서해문집 제공
여신으로 떠받들어지는 미스월드 출신의 인도 영화배우 아이슈와라 라이. 서해문집 제공
고대부터 인도의 대표적인 수출품은 옷감이었다. 기원전 1000년 무렵에 나온 ‘베다’에 밤낮으로 옷감을 짜는 자매의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손으로 짠 인도의 다양한 직물은 지난 1000여년간 로마 등 세계에서 욕망의 대상이 된 상품이었다. 비단에 수를 놓거나 비단실과 은사로 짠 옷감, 그림을 그리거나 판화를 찍은 인도의 직물은 종류도 150가지가 넘었다.

그런데 근대 이전까지 정작 인도의 미인들은 옷 입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힌두교를 비롯해 불교, 자이나교의 조각상이나 그림 등에 나오는 아름다운 여인은 대개 누드나 반 누드 차림이다. 상의를 입는 대신 각종 장신구로 몸을 치장했고, 하체는 몸의 곡선이 드러나는 얇은 옷감으로 감쌌다.

《인도, 아름다움은 신과 같아》는 인도의 이런 전통적 미의식과 미적 이상형, 근대 이후의 변화와 아시아적 미의 정체성 등을 다룬 책이다. 아모레퍼시픽재단의 연구 지원으로 출간된 책으로, 저자는 인도 델리대에서 인도사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인도 전문가다.

책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가슴을 움직이는 것, 즉 감동을 주는 주체를 아름다움이라고 부른다. 또 힌두교에서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경험하는 것이 해탈에 이르는 과정이자 수단이다. 여성의 몸을 아름답게 여기는 전통 역시 고대 힌두 신화에서 시작됐다. 따라서 인도에선 아름다움은 신과 같고 신은 아름답다고 여겼으며 여성의 아름다움 역시 신과 동일시했다. 힌두의 문화적 이상형은 육감적인 누드 형태로 표현됐다. 누드에 부정적인 동아시아권과 달리 가슴과 허리는 물론 생식기까지 드러낸 여인상이 많다.

하지만 전통적인 인도의 미의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온 세상이 성적 매력을 가진 서구 미인을 닮아가는 추세에서 인도도 예외는 아니다. 오늘날 인도에서 아름다운 여성은 사원에 있는 힌두 여신이 아니라 여신으로 추앙되는 배우다. 미스월드가 된 이후 영화배우로도 성공한 아이슈와라 라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저자는 “지금 인도와 아시아가 자기 문화와 가치를 반영하는 미의 생존을 고민할 때”라며 “지금처럼 아무런 의문 없이 서양의 미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다가는 아시아가 언젠가는 ‘생각’을 하지 않는 곳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우려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