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사람의 산'에 살어리랏다
한국 사람들은 산을 좋아한다. 등산 인구가 1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국토의 70%가 산이다. 어디를 가든지 산에 둘러싸여 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이 산이다. 시대를 불문하고 한민족에게 산이 삶의 터전이자 쉼의 장소이자 사유의 공간이 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까닭이다.

스스로를 ‘산가(山家)’로 지칭하는 ‘산 연구자’인 최원석 경상대 교수는 《사람의 산, 우리 산의 인문학》에서 인문학의 눈으로 산을 탐구한다. 20여년간 ‘산의 전통지리학’인 풍수와 근대적인 학문인 지리학의 연구방법론을 통해 산을 연구한 성과물을 바탕으로 ‘한국인에게 산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와 같은 물음에 답한다.

저자는 “한국의 산은 사람과 산이 함께 어우러진 사람의 산”이라고 정의한다. 한국인이 산과 오랫동안 어울려 살아왔음에 주목한다. 한민족은 하늘과 산과 들이 균형 있게 조화되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능동적 역할을 중시했다고 설명한다. 산을 이용의 가치나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서양과는 정반대의 관점이자, 세상을 땅과 하늘의 양극구조로 생각한 중국과도 다르다고 말한다.

저자는 산이 ‘사람의 산’으로 인간화되는 역사적 과정을 ‘하늘이 산으로’ ‘천산(天山)에서 용산(龍山)으로’ ‘인간과 산의 조화’라는 천(天)·지(地)·인(人)의 세 단계로 요약한다. 이 과정에서 생겨난 자연에 대한 한국만의 독특한 사고이자 유산이 땅의 부족한 지세를 ‘비보’(裨補·모자란 부분을 채움)하기 위해 만든 ‘조산’(造山)이다. 저자는 전국 곳곳을 일일이 현장답사하고 고지도와 대조하면서 산과 함께 살아가려는 한민족 특유의 심성이자 산에 대한 생각이 전형적으로 투영돼 있는 문화경관인 ‘조산’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차를 타고 지방도로를 가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인 나무 몇 그루를 심어놓은 조그만 흙 둔덕이 대표적인 ‘조산’이다.

저자는 “산과 사람의 융화와 교섭은 오랫동안 이 땅의 곳곳에서 이뤄졌다”며 “선조들의 수천 년 삶의 문화가 그랬듯이, 금수강산에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산이 지닌 생태환경적인 큰 생명을 보전하고 보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