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철 사장(왼쪽)이 울산공장 연구소에서 회사가 생산하는 배기장치 부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인식 기자
최순철 사장(왼쪽)이 울산공장 연구소에서 회사가 생산하는 배기장치 부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인식 기자
현대자동차는 지난 4월 국내 시판용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를 선보이면서 ‘충돌 시험과 수소 누출 등 13개 항목에서 세계적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2020년부터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이 차량에는 세종공업이 국산화한 수소감지센서와 배기순환 시스템 등 10여개 부품이 들어가 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이 밑바탕

울산 북구 효문공단에 있는 세종공업은 1976년 창업 이후 소음기(머플러)와 컨버터(배기가스 정화장치) 등 배기계통 분야에서 한우물을 파왔다. 국내시장 점유율 50%를 넘는 1위 업체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프랑스 포레시안, 독일 에바스패샤, 미국 테네코 등에 이어 5위권이다.

이런 배기계 전문회사가 10년 전부터 수소연료전지차의 안전을 담보하는 부품 개발에 뛰어든 것은 창업자인 박세종 회장의 끊임없는 연구개발 의지 덕분이다.

박 회장은 해마다 매출의 6%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쏟아부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생산 물량이 급감했을 때도 100억원을 투자했다. 1993년 11명으로 출발한 사내 연구소는 울산에 이어 경기 수원 광교, 중국 상하이 등 모두 4곳으로 늘어났고 전체 연구인력도 230여명으로 늘었다. 회사는 미래 수소자동차 대중화에 대비해 내년에는 전장 연구소를 두고 극저온에서의 수소 누출방지 기술개발 등에 나설 계획이다.

◆배기계통 세계 3위 진입

최순철 사장은 “세종의 배기 시스템은 기술적으로 해외 경쟁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고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는 우월하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자신감은 울산공장이 2010년 현대·기아차의 ‘그랜드 품질 5스타 1호 업체’로 선정된 데서 비롯된다. 그랜드 품질 5스타는 현대·기아자동차가 부품 품질이 글로벌 최고 수준에 도달한 협력회사를 선정하는 제도다. 당시 380여개 1차 협력회사 중 세종공업이 유일하게 선정됐다.

그랜드 품질 5스타 기준은 매우 까다롭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전사적 품질경영 체계와 입고된 부품 불량률 등을 점수화해 85점 이상 받으면 품질 5스타,90점 이상은 그랜드 품질 5스타 인증을 준다. 회사는 중국과 러시아 미국 등 9곳의 해외 현지공장의 품질 경쟁력도 울산공장 수준으로 끌어올려 향후 10년 내 배기계통 분야 글로벌 3위권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중국 베이징과 장쑤성 옌청, 미국 조지아와 앨라배마 등 4개 공장은 그랜드보다 한 단계 낮은 품질 5스타 인증을 받았다.

회사는 5년 전부터 중국 상하이 폭스바겐과 GM, 상하이자동차 등에 부품 공급을 늘려왔다. 현재 중국시장 점유율은 8%에 이른다. 회사는 10년 내에 이를 15%로 끌어올려 중국에서만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조4000억원으로 해외매출이 9200억원, 중국시장 매출은 3000여억원에 이른다.

◆친환경 융합기업으로 변신

세종공업은 캠핑족 확산 등 레저인구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수소에너지를 이용한 이동용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회사는 LPG연료를 99.9%의 높은 순도를 지닌 수소가스로 만든 뒤 이를 다시 전기로 전환, 300W~5㎾의 전기를 만드는 휴대용 발전기를 개발해 캠핑장이나 도서 지역, 군사용 등으로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최 사장은 “38년간 쌓아온 배기계 분야의 높은 기술력을 수소자동차 전장부품과 친환경 에너지분야로 넓혀 2023년 매출 4조원의 글로벌 친환경 융합기술 선도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