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기관투자가 "장기채권 좀 발행해줘"…LG전자, 12년물 '주문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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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떨어지고 물량 적어 요청
6000억 발행 한달만에 추가 발행
6000억 발행 한달만에 추가 발행
▶마켓인사이트 7월17일 오후 4시8분
연기금과 생명보험회사 등 장기 투자회사들이 고금리 장기채권 공급 부족으로 수익률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투자하기로 계획한 물량을 다 사들이지 못한 상황에서 채권값이 가파르게 상승(금리 하락)하고 있어서다. 현금사정이 넉넉한 대기업에 요청해 장기채권을 주문 발행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LG전자는 전날 12년 만기 회사채 1000억원어치를 사모 발행했다. 지난 5월29일 6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공모 발행한 지 한 달 반 만이다. 사모는 공모와 달리 기업이 소수의 기관투자가와 협의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신용등급이 낮아 공모 발행이 어렵거나 내부사정 공개를 꺼리는 기업들이 많이 선택한다. 우량 대기업인 LG전자의 이번 사모사채 발행 배경에 투자자 측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투자자 쪽에서 만기가 긴 채권을 발행해줄 것을 원했고 재무 안정성을 높이려는 회사의 내부 전략과 일치해 발행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발행금리는 연 3.95%로 결정됐다. 5월 말 발행한 10년물 연 4.04%보다 낮다. 두 시점 사이에 시장금리가 하락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국내 연기금과 생명보험사들은 올 들어 장기 공사채와 우량 회사채 발행 위축으로 ‘채권 곳간’을 채우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시장금리까지 떨어지면서 종전보다 비싼 값에 채권을 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 생명보험사 채권 운용역은 “지난 5월과 6월 국내 보험사들이 신규로 사들인 채권보다 만기 상환받은 채권이 더 많았는데 한 달에 금리가 무려 0.2%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다”며 “수익률 관리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시장 상황 탓에 다들 심기가 불편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4월 말 연 3.5%를 웃돌았으나 이날 2.9%대로 급락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채권값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국고채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연기금과 생명보험회사 등 장기 투자회사들이 고금리 장기채권 공급 부족으로 수익률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투자하기로 계획한 물량을 다 사들이지 못한 상황에서 채권값이 가파르게 상승(금리 하락)하고 있어서다. 현금사정이 넉넉한 대기업에 요청해 장기채권을 주문 발행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LG전자는 전날 12년 만기 회사채 1000억원어치를 사모 발행했다. 지난 5월29일 6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공모 발행한 지 한 달 반 만이다. 사모는 공모와 달리 기업이 소수의 기관투자가와 협의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신용등급이 낮아 공모 발행이 어렵거나 내부사정 공개를 꺼리는 기업들이 많이 선택한다. 우량 대기업인 LG전자의 이번 사모사채 발행 배경에 투자자 측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투자자 쪽에서 만기가 긴 채권을 발행해줄 것을 원했고 재무 안정성을 높이려는 회사의 내부 전략과 일치해 발행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발행금리는 연 3.95%로 결정됐다. 5월 말 발행한 10년물 연 4.04%보다 낮다. 두 시점 사이에 시장금리가 하락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국내 연기금과 생명보험사들은 올 들어 장기 공사채와 우량 회사채 발행 위축으로 ‘채권 곳간’을 채우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시장금리까지 떨어지면서 종전보다 비싼 값에 채권을 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 생명보험사 채권 운용역은 “지난 5월과 6월 국내 보험사들이 신규로 사들인 채권보다 만기 상환받은 채권이 더 많았는데 한 달에 금리가 무려 0.2%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다”며 “수익률 관리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시장 상황 탓에 다들 심기가 불편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4월 말 연 3.5%를 웃돌았으나 이날 2.9%대로 급락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채권값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국고채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