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디어그룹, M&A '밀고 당기기'…폭스 "800억弗 줄테니 합치자" 타임워너 "그 가격엔 어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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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독, 먹잇감 쉽게 안놔"…M&A 재추진 가능성
합병 성사땐 세계 최대 미디어 그룹 탄생
합병 성사땐 세계 최대 미디어 그룹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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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돈엔 절대 못 판다.”(제프리 뷰케스 타임워너 회장)
미국 3위(매출기준) 미디어그룹 타임워너가 4위인 21세기폭스의 인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미디어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타임워너가 일단 거절했지만 폭스가 인수가를 높여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두 회사의 합병이 성사되면 연매출 650억달러의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이 탄생하게 된다. 미디어업계 판도 변화를 가져올 대형 인수합병(M&A)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머독의 ‘세계 최강’ 야심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1세기폭스는 지난달 타임워너에 인수제안서를 보냈다. 인수가는 800억달러. 이 가운데 60%는 무의결권 주식, 40%는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타임워너는 한 달간의 숙고 끝에 “우리 가치는 그 이상”이라며 합병을 거부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타임워너 주가는 17.07% 급등했고, 21세기폭스 주가는 4.64% 하락했다.
21세기폭스가 M&A를 추진하는 이유는 단순한 ‘덩치 키우기’ 이상이다. 두 회사 모두 영향력 있는 케이블방송과 뉴스 채널, 영화 제작 스튜디오를 갖고 있어 한지붕 아래 합쳐지면 콘텐츠 경쟁력에서 독보적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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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미디어업계 1위인 컴캐스트(647억달러)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케이블망 사업에서 얻기 때문에 콘텐츠 분야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 밖에 불법 도청사건 등 소송전을 치르고 있는 머독 회장이 타임워너 인수를 통해 ‘미디어 재벌’ 입지를 재확인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인수가 높여 협상 재개할 듯
미디어업계에선 21세기폭스가 인수가를 높여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머독 회장은 1984년에도 워너커뮤니케이션스 인수를 시도한 적이 있다. 당시 워너가 타임과 손을 잡으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머독 회장으로선 두 번째 도전이다.
자금력도 충분하다. 21세기폭스가 보유한 현금 자산은 55억달러지만 유럽 위성TV 지분 매각이 곧 마무리되면 90억~100억달러를 추가 조달할 수 있다. 포브스는 “머독이 타임워너를 인수하겠다고 굳게 결심했기 때문에 먹잇감을 결코 쉽게 놓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신들은 뷰케스 회장이 인수 가격에 만족하지 못할 뿐 매각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전했다. 뷰케스 회장은 수익성 낮은 사업부를 처분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타임워너의 개혁을 주도해왔다. 그는 2008년 CEO 겸 회장에 취임 후 지금까지 타임워너의 주가를 136% 끌어올렸다. 뷰케스 회장은 이날 직원에게 보내는 동영상 연설에서 “타임워너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21세기폭스의 인수 제안보다 아직은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WSJ는 21세기폭스사 주식을 함께 가진 타임워너 주주가 최대 70%에 달한다는 폭스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 지배주주가 없는 타임워너 주주들이 폭스 지배구조에 더 끌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두 회사 합병엔 반독점법이란 장애물이 있다. 21세기폭스는 이를 피하기 위해 인수제안서에 뉴스채널 CNN을 매각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