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불광불급(不狂不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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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 떨어지면 구분 못하는 소주병
'나만의 스토리'에 미쳐야 성공한다
조웅래 < 맥키스 회장 wrcho@themackiss.co.kr >
'나만의 스토리'에 미쳐야 성공한다
조웅래 < 맥키스 회장 wrcho@themackiss.co.kr >
![[한경에세이] 불광불급(不狂不及)](https://img.hankyung.com/photo/201407/AA.8904477.1.jpg)
요즘은 스펙 경쟁의 시대라고 한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의 좁은 문을 뚫기 위해 젊은이들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점수, 경력을 써넣기 위해 고생한다. 여전히 학벌의 중요성이 뿌리 깊은 사회에서 스펙의 무한경쟁 시대까지 겹쳐 젊은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다.
명문대 출신이 아닌 지방대 출신이라면 일단 스펙 싸움에서 힘겨운 출발을 하게 된다. 대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강연, 특히 지방대에서 강연할 때 내가 꼭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저 그런 것(one of them)’이 되지 말라는 것이다. “물에 담가서 상표가 떨어지고 나면 뭐가 뭔지 구별이 안 되는 그런 녹색병 같은 삶을 살지 마라.”
토익 점수 같은 것이 그렇다. 열심히 해서 남들보다 좋은 점수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상표가 붙어 있을 때 이야기다. 토익 점수 700점인 사람하고 900점인 사람하고 서류를 보지 않는 한 구별이 될까.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가 아닌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나’로 살면 인생도 우울해진다. 그게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나만의 뭔가가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남들에게 없는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까. 뭔가에 미쳐서 몰두할 수밖에 없다. 미치려면 너무 재서는 곤란하다. ‘이런 것에 몰두해서 취직하는 데 도움이 될까’ ‘미래에도 이런 재능이 필요할까’ 등 고민만 해서는 밑도 끝도 없다. 시류에 눈치만 이리저리 보다가 날 샌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남자가 요리 공부를 하려면 집에서 쫓겨날 각오를 해야 했다. 그때 요리에 미쳤던 남자들이 지금 손꼽히는 셰프가 돼 있다. 요리가 첨단산업이나 미래 유망 직종이었나. 먼 옛날부터 있었던 직업이다. 무엇이 됐든 불광불급, 미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는 각오로 자신이 미치도록 좋아하는 것을 찾아 전력을 다한다면 나만의 스토리를 가질 수 있다. 그런 사람은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한다.
조웅래 < 맥키스 회장 wrcho@themackis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