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영종도 스카이72골프클럽에서 열린 ‘야마하·한국경제 2014KPGA선수권대회’에서 '무명 신화'로 돌풍을 일으키며 최종라운드 단독 2위로 경기를 마친 문경준 프로가 아쉬움을 뒤로한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유정우 기자/ 사진= 이상준 PD klesj@hankyung.com
[유정우 기자] "사실 전날 미국에 있는 (최)경주 선배께 전화드렸어요. 코 앞에 온 메이저 챔피언의 기회를 어떻게 해야 살릴 수 있겠냐고...(웃음). '마음만 비우면 돼'라고 하시더라구요. 우승컵은 잡으려 하면 더 도망간다구요. 제가 마음을 못 비웠던 것 같아요."
국내 최고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메이저대회인 '야마하·한국경제 2014 KPGA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원·우승상금 2억원)가 지난주 막을 내렸다. '연습생 신화'로 생에 첫 우승 도전에 나선 문경준(32)과 코리안투어의 유일한 외국인 선수인 매슈 그리핀(31)의 최종 라운드 맞 대결은 그리핀의 압승으로 끝났다.
경기후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챔피언 그리핀에게 쏠렸지만 대회장을 찾은 수 많은 갤러리들은 문경준의 선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대학교 2학년 때 전공도 아닌 교양과목으로 골프를 처음 접한 그는 지난 2006년 시작해 2009년까지 대회 코스였던 스카이72GC를 대표하는 '늦깍이 연습생' 출신이다.
지난 13일, 경기를 마친 문경준은 '스마일 맨'이라는 애칭 답게 역시나 밝은 표정이었다. 코 앞으로 스쳐간 메이저 우승컵의 아쉬움보다는 남아 있는 하반기 투어에 대한 강한 자심감이 앞섰다. 메이저 중에 메이저인 '2014 KPGA선수권대회대회' 2위를 차지한 준비된 챔피언 문경준과 그에 아내 곽미은씨를 '한경 포커스TV'가 만나봤다. 다음은 일문 일답.
▷많이 아쉬울 것 같은데, 대회를 마친 소감은. "(이하 문경준 프로) 네. 솔직히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전반이 잘 풀렸으면 해볼만 했을 텐데, 그 부분이 가장 아쉽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후반홀에 버디가 많이 들어갔고 마지막 마무리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공동선두로 최종라운드를 티오프 했는데, 경기전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는지. "사실 전날 미국에 있는 (최)경주 선배께 전화드렸어요. 코앞에 온 메이저 챔피언의 기회를 어떻게 해야 살릴 수 있겠냐고...(웃음). '마음만 비우면 돼'라고 하시더라구요. 경기전 오늘은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아무리 긴장되도 소중한 하루를 재미있게 즐기자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긴장 탓에 잡념이 많았던 것 같고 초반 플레이도 잘 안 됐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늘 가장 아쉬운 승부처가 있었다면, 어떤 홀을 꼽을 수 있을지. "후반부 14번 홀에서 기회가 있었습니다. 거기서 버디를 잡았어야 하는데, 흔들렸습니다. 17번 홀에서도 기회를 살렸다면 저도 그렇고 보시는 갤러리 분들도 그렇고, 좀 더 재미 있고 박진감 넘치는 라운드를 보실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쉬웠습니다. 긴장한 탓에 퍼팅을 약하게 보냈던 게 아쉽습니다."
▷오늘 챔피언조에서 같이 라운드한 매슈 그리핀 선수, 어땠나요. "예. 그리핀은 참 훌륭한 선수입니다. 지난 2012년, 2013년 부터 한국에서의 큰 시합에 우승도 차지했고 기복 없는 플레이가 장점인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호주에서도 잘 하는 선수였고, 동반라운드는 처음인데 잘 친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특히 오늘 샷들은 불 붙 듯 던지면 들어가는 분위기였죠(웃음)."
▷경기전 가족들의 격려 메세지가 있었을것 같은데, 소개 좀 해달라. "사실 이번주 시합을 위해 집을 나설 때 의도적이진 않았지만 휴대폰을 두고 왔습니다. 중요한 대회다 보니 전화로라도 격려 해주시려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전화도 못 받고 메시지도 전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따로 응원 메세지를 받은 건 없었습니다."
▷오늘 눈에 띠는 빨간 바지를 입고 나왔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었는지. "뒤쪽 종합스코어보드를 보면 버디일 때 붙이는 숫자판이 빨간색입니다. 마음을 비웠어야 하는데 버디를 많이 하자는 생각에서 빨간 바지를 챙겨 입었습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봤을 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소중한 경험 한 것 같아 자신감을 얻는데는 크게 도움될 것 같습니다."
문경준 프로 아들 문지우군과 문 프로, 아내 곽미은씨가 경기를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한경DB▷응원하는 팬들의 탄성이 대회장에 가득했는데, 팬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넵, 안녕하세요. 문경준 프로입니다. 응원해주신 모든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번 시합에서 조금 아쉽게 됐지만, 자신감도 붙었고 컨디션도 좋은 만큼 앞으로 좀 더 다듬어서 남은 후반 투어엔 조금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남자프로골프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큰 힘 될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음 시합장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시작부터 마음을 졸였을 것 같은데, 어떤 마음으로 응원을 하셨는지. "(이하 문프로 아내 곽미은씨) 마음을 비우고 그냥 알아서 잘 할 것이란 믿음으로 마음 속으로 응원했습니다. 우승이란 건 할 때가 되면 하겠지 라고 편하게 생각하면서, 기도하고 응원했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남편이 본인 스스로 만족하는 경기를 펼쳤으면 하고 기도했습니다."
▷대회 마친 문경준 프로에게 응원의 한마디 해주신다면. "(문)지우 아빠. 지금까지 너무 잘 해왔으니까 앞으로도 지금처럼 늘 열심히 환하게 웃는 스마일 맨이 되기를 바랄께요. 지우아빠, 파이팅! 문 프로에게 기대와 관심 보여주신 모든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영종도= 유정우 한경닷컴 기자 seeyou@hankyung.com 영상=이상준 PD klesj@hankyung.com
‘돌격대장’ 황유민(22·사진)이 시즌 첫 출전 대회인 대만여자프로골프(TLPGA)투어 폭스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황유민은 2일 대만 타오위안의 오리엔트GCC(파72)에서 열린 TLPGA투어 폭스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15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2개로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한 그는 개인 통산 67승에 도전한 ‘전설’ 신지애(37·10언더파 278타)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상금 27만달러(약 3억9000만원)를 챙겼다.이날 신지애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로 경기를 시작한 황유민은 5번홀(파5)에서 이글을 잡으며 상승세를 탔다. 후반 들어 10번홀(파5), 15·17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한때 3타 차이까지 달아났다. 신지애가 후반 몰아치기로 1타 차까지 바짝 추격했지만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놓쳐 황유민의 우승이 확정됐다.작은 체구에 빠른 스윙 스피드로 장타를 뿜어내는 황유민은 한국여자프로글프(KLPGA)투어의 간판스타다. 지난해 KLPGA 시상식에서 팬들이 참여한 투표를 통해 인기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즌 첫 출전 대회인 이번 대회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기분 좋은 시즌 시작을 알렸다. 황유민은 올해 KLPGA투어에서 컨디션과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린 뒤 올해 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도전할 계획이다.이번 대회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리더보드 상단을 휩쓸었다. 한진선(27)과 홍정민(23), 이동은(20)이 공동 3위(최종 합계 8언더파 280타)에 올라 톱3를 한국 선수들이 싹쓸이했고, 김재희가 공동 8위로 대회를 마쳐 톱10에만 6명의 한국 선수가 이름을 올렸다.조수영 기자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 ‘괴물 신인’ 경보가 떴다. 지난해 퀄리파잉테스트(QT)에서 5위를 차지하며 올 시즌 도전장을 낸 ‘슈퍼루키’ 문동현(19)이 주인공이다. 문동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골프 팬에게 짜릿한 재미를 안기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문동현은 2023년 국가대표, 지난해 상비군을 거쳐 6월 KPGA 투어프로(정회원) 선발전을 1위로 통과했다. 이어 반년 만에 정규투어 풀시드를 따내며 정규투어에 입성했다. 차세대 스타를 향한 초고속 루트를 밟고 있는 셈이다.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 옆에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경기 중계를 보며 골프에 관심을 뒀다. 문동현은 “타이거 우즈의 플레이와 세리머니를 보며 골프에 빠져들었다”며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나간 대회에서 ‘승부의 짜릿함’을 맛보고 선수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문동현에게는 벌써 강렬한 별명이 있다. ‘리틀 임성재.’ 지난해 5월 우리금융 챔피언십에 아마추어 추천 선수로 출전해 우승자 임성재에 이어 1타 차 준우승을 차지하며 골프 팬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임성재를 똑 닮은 건장한 체격으로 300야드를 넘나드는 드라이버샷을 선보인 그에게 임성재 역시 “최대한 어릴 때 미국으로 오라”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초청 자격으로 출전한 아마추어가 PGA투어 스타를 1타 차로 쫓는 이변을 일으켰는데 문동현은 오히려 “덤덤했다”고 말했다.임성재는 그가 오랫동안 응원해온 우상이다. 가까이서 본 ‘월드 클래스’ 임성재는 역시나 달랐다고 했다. “임성재 프로님이 연습 라운드 때 마지막 홀 그린을 앞두고 같은 자리
리디아 고(28·뉴질랜드)가 시즌 첫 승을 거두며 ‘동화 같은 골프’의 새 페이지를 열었다.리디아 고는 2일 싱가포르 센토사GC 탄종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 여자 월드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2개로 3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친 리디아 고는 후루에 아야카(25·일본)와 지노 티띠꾼(22·태국)을 4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은 36만달러(약 5억2000만원)다. 세계랭킹 3위 리디아 고는 이번 우승으로 투어 통산 23승, 개인통산 31승을 기록했다.이날 우승으로 리디아 고는 통산 상금을 2059만5105달러로 늘려 여자프로골프의 전설 카리 웹(호주·2029만3617달러)을 제치고 LPGA투어 역대 상금 순위 2위에 올랐다. 1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2258만3693달러)과의 격차는 198만8588달러로 이르면 올해 역전할 수 있다.리디아 고는 지난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파리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금메달을 따 LPGA ‘명예의 전당’ 최연소 입회자가 됐고, 한 달여 만에 메이저대회 AIG 여자오픈까지 거머쥐었다. 시즌 내내 “동화 같은 순간”이라고 감격한 그는 새로운 목표로 커리어 그랜드슬램(메이저대회 4개 석권)을 내세웠다.이날 1타 차 단독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리디아 고는 파 행진을 이어가다가 6번홀(파4)부터 버디 사냥을 시작했다. 특유의 날카로운 아이언샷으로 공을 핀 가까이에 붙여 첫 버디를 잡은 그는 7번홀(파3)에서는 6m 버디퍼트를 잡아내며 질주에 속도를 붙였다.전반에만 3타를 줄인 그와 달리 찰리 헐(29·잉글랜드) 등이 타수를 잃고 고전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11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