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한전 터 인수하겠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꼽히는 한국전력 본사 부지 인수에 나서겠다고 17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 부지를 매입해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을 추진하겠다”며 “그룹사를 통합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문화와 생활, 컨벤션 기능을 가진 지역 랜드마크로 조성할 방침”이라는 사업계획을 제시했다. 한전은 7만9342㎡ 규모의 본사 부지를 팔고 연내 광주전남혁신도시로 이전할 예정이다.

한전 부지 인수에는 현대차그룹 외에 삼성그룹,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녹지그룹, 미국 카지노그룹 라스베이거스 샌즈 등 4~5개 그룹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2009년 포스코와 함께 한전 부지 매입을 위해 114층 초고층 빌딩 개발 사업제안서를 한전에 냈었고, 2011년엔 한전 부지 옆 옛 한국감정원 부지를 삼성생명에서 매입하기도 했다.

삼성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한국전력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한전 부지를 최고가를 써낸 입찰자에 파는 ‘일반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했다. 부지의 미래 가치를 토지 가격에 반영하고, 일반 경쟁입찰을 통해 매수자를 정하는 방식이다.

개인과 법인, 공동입찰 등 입찰 참가 요건에 제한이 없다. 부지의 지난해 말 기준 공시지가는 1조4837억원, 장부가액은 2조73억원이지만 시세는 3조~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中·美 기업도 관심…낙찰가 4조 넘을 듯

현대차의 입찰 참여는 현재의 양재 사옥 입주 인원은 5개사 5000명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서울에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30개로 소속 임직원만 1만8000여명에 달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직 계열화된 자동차 전문 그룹으로 일사불란하고 신속한 경영상 의사 결정을 위해 계열사까지 통합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절실하지만 양재동 사옥의 수용 능력은 한계에 달했다”며 “센터 건립은 현대차그룹의 핵심 현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폭스바겐 본사 ‘아우토슈타트’를 벤치 마킹해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에 업무시설 외에 △호텔 △대규모 국제회의가 가능한 컨벤션센터 △자동차 테마파크 △백화점 △한류 체험공간 △공연장 등이 들어가는 복합 문화공간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아우토슈타트는 폭스바겐 본사와 출고센터, 박물관, 브랜드 전시관 등이 입주해 있어 연간 250만명의 관광객과 자동차 마니아들이 찾는 독일 ‘10대 관광 명소’가 됐다.

입찰자 간 경쟁이 가열되면 시세(3조~4조원)보다 낙찰 가격이 훨씬 더 뛸 수도 있는 것으로 시장에선 전망하고 있다.

한전은 부지를 팔아 부채 감축 등에 쓸 방침이다. 한전은 경쟁입찰 등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8월 말쯤 매각 공고를 내고 연내 매각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수진/김재후/김현석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