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크리스티 런던 경매장에서 7004만달러에 낙찰된 프랜시스 베이컨의 ‘조지 드와이어의 초상’. 크리스티 제공
지난 2월 크리스티 런던 경매장에서 7004만달러에 낙찰된 프랜시스 베이컨의 ‘조지 드와이어의 초상’. 크리스티 제공
세계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에 올 상반기 45억달러(약 4조6000억원)의 ‘뭉칫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 늘어난 것으로 반기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유럽과 미국 중동 부호들이 고가의 미술품을 사들인 데다 30~40대 디지털 세대 구매자들의 온라인 경매가 급증한 덕분이다. 크리스티는 17일 올 상반기 매출 실적을 이같이 발표했다.

◆온라인 경매가 대세

활력 이어지는 글로벌 미술시장…크리스티 상반기 매출 4.6조원
상반기 크리스티 경매에서 온라인 경매 낙찰자들의 지출액은 작년보다 71% 증가했다. 크리스티의 온라인 경매 매출이 1억4800만달러(약 1500억원)로 전체 비중은 낮지만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디지털 세대 컬렉터들이 인터넷을 통해 뉴욕, 런던, 홍콩 등 세계 곳곳의 경매에 참여했다는 분석이다. 스티븐 머피 크리스티 최고경영자(CEO)는 “상반기 실적은 온라인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이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미술품 온라인 시장(일반 매매 및 경매 포함)은 2020년까지 130억달러(약 13조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크리스티와 함께 세계 경매시장의 양대산맥으로 손꼽히는 소더비가 최근 이베이와 손잡고 온라인 미술품 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지난해 소더비 경매 가운데 17%가 온라인 입찰로 이뤄졌으며 그 규모도 2012년보다 36% 증가했다.

◆미술품 줄줄이 초고가 낙찰

초고가 미술품 낙찰 행진도 이어졌다. 배혜경 크리스티코리아 대표는 “올 상반기에 100억원이 넘는 초고가 그림은 52점, 10억원 이상 그림은 모두 482점 판매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색면추상 화가 바넷 뉴먼의 작품 ‘블랙 파이어Ⅰ’이 지난 3월 뉴욕 경매에서 8416만달러(약 840억원)에 팔려 상반기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영국 작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존 에드먼드의 초상’이 8080만달러, ‘조지 드와이어의 초상’이 7004만달러에 각각 낙찰됐다.

마크 로스코의 ‘무제’(8416만달러)를 비롯해 앤디 워홀의 ‘인종폭동’(6288만달러), 후앙 그리스의 ‘체크무늬 식탁보’(5670만달러)도 초고가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독일 작가들의 작품으로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1987년작 ‘추상화’가 응찰자들의 경합 끝에 추정가보다 높은 3248만달러에 낙찰돼 눈길을 끌었다.

상반기 아시아 지역 경매 매출은 작년보다 8% 감소한 4억2200만달러(약 4000억원)에 달했지만 전체 매출의 24%는 중국인 컬렉터들이 구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