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窓] 거품론 솔솔…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주가 거품 가능성을 지적했다. 소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바이오테크 업종에 국한된 발언이지만 버블 논쟁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지난해엔 로버트 실러 미 예일대 교수가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CAPE)이 역사적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는 점을 들어 주가 버블 가능성을 제기했다. 워런 버핏은 벅셔해서웨이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2배를 넘어서 싸지 않다고 평가했다. 반면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와 같이 장기적 저금리 기조를 바탕으로 미국 주식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 주가는 몇 년째 횡보하고 있다. 버블 논쟁은 먼 나라 얘기다. 세계 증시에서 버블을 우려할 정도로 과열된 국가는 얼마나 될까. 주요 30개국 주가를 분석해 본 결과 2008년 금융위기 직전 고점을 돌파해 장기 상승 추세를 지속한 국가는 미국, 독일,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멕시코,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1개 국가였다. 전체의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을 비롯 영국, 캐나다, 대만,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14개국은 금융위기 직전 고점 부근에서 강력한 저항에 직면해 있다.

올 들어 풍부한 유동성과 경기 확장 기대감이 더욱 확산되는 모습이다.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멕시코, 터키는 장기 상승 추세로 다시 복귀하고 있다.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이탈리아와 베트남 증시도 완만한 상승세다.

세계 전체로 보면 신흥시장으로 주가 상승세가 확산되는 가운데 정작 장기 상승 추세를 지속하고 있는 미국에선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버블 논쟁이 반드시 주가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증시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김영호 <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