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는 어린 선수들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 시즌 2승씩을 거두며 판도를 주도하는 김효주(롯데)와 백규정(CJ오쇼핑)은 각각 2년차, 신인으로 아직 만 20세도 되지 않았다.

올해 우승자 중 25세를 넘는 선수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윤슬아(28·파인테크닉스) 뿐이다.

이런 가운데 19일 제주 오라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2라운드에서는 '큰 언니' 축에 속하는 홍란(28·삼천리)이 단독 선두로 나섰다.

홍란은 2005년부터 정규투어 생활을 시작, 올해 딱 10년째를 맞았다.

꾸준히 안정적인 기량을 보여줬지만 2010년 S-OIL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로 4년이 넘게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2라운드를 마치고 만난 홍란의 표정에는 다급함보다는 베테랑의 여유가 묻어났다.

홍란은 "이제 후배들과의 비거리 차이는 따라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내려놨다"며 웃었다.

그는 "비거리를 따라가려다 보면 제 스윙이 망가질 수 있기에 할 수 있는 만큼 거리를 내고 아이언샷과 쇼트게임을 보완해 정확성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 게 사실"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강산이 한 번 변하는 동안 선수 생활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홍란은 "초반에는 늘 우승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다 보니 챔피언조에 들어가면 무너질 때도 잦았지만, 지금은 여유를 갖고 롱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명한 선수들도 투어 카드를 잃는 경우를 보면서 '강한 사람이 버티는 게 아니고 버티는 사람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지론도 밝혔다.

선두에 오른 채 마지막 라운드를 맞이하면서도 "흥분하지 않고, 평정심을 갖고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우승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속내다.

그래도 어렵게 찾아온 모처럼 만의 우승 기회를 쉽게 흘려보낼 수는 없다.

전날 1라운드에서 홍란은 그린에서 벌에 쏘이는 수난 속에서도 공동 4위에 올랐고, 이날 5타를 더 줄여 선두로 도약했다.

그는 지난달 S-OIL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도 벌에 쏘인 적이 있는데, 당시 '톱10'에 진입한 바 있다.

벌에 쏘인 붉은 자국이 선명한 왼팔을 바라보던 홍란은 "공짜로 봉침을 맞은 셈인데 행운의 상징이 되어줄지 모르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제주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