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빛나는 순간 (나태주 1945~ )
이른 아침 길거리
손수레 끌고 가던 할머니 한 분
가던 길 멈추고 서서
우유갑을 줍고
버려진 빈병도 주워 수레에 담는다

누군가의 쓰레기가
일용할 양식으로 바뀌는
빛나는 순간이다.


시집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中

폐지 줍는 할머니가 새벽이나 밤에 움직이는 까닭은 남 보기 부끄러워서가 아닙니다. 그저 재활용품이 많이 나오고 무엇보다 덥지 않기 때문이지요. 어느날 밤, 편의점 진열장에 놓인 음료수를 단숨에 쓰레기로 만들고, 술에 취해 깡통을 걷어차다 허리 굽혀 전단지를 줍는 할머니와 마주쳤을 때. 그만 부끄러워 숨고 말았습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