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없는데 실적은 高高…강원랜드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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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
2014년 1분기 영업이익 1376억원
최흥집 前 사장 시절인 2013년 4분기보다 232% 급증
경영진은 '낙하산 종합선물세트'
전문성 제대로 발휘된 적 없어…사장 공백에도 타격 크지 않아
2014년 1분기 영업이익 1376억원
최흥집 前 사장 시절인 2013년 4분기보다 232% 급증
경영진은 '낙하산 종합선물세트'
전문성 제대로 발휘된 적 없어…사장 공백에도 타격 크지 않아
지난 14일 강원 정선의 한 카지노. 평일 오후였지만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카지노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바카라’나 ‘룰렛’ 등 인기 종목 테이블에서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주요 외국인 고객인 태국 관광객도 눈에 많이 띄었다. 카지노 관계자는 “평일에도 테이블을 사용하는 게임 쪽엔 거의 빈자리가 없다”며 “평일엔 평균 6000여명, 주말엔 8000명에서 1만명의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러 온다”고 말했다.
○사장, 부사장 잇달아 퇴임
사장 자리가 빈 지 6개월이 가까워오고 있지만 경영실적은 날로 좋아지는 회사가 있다. 바로 강원랜드다. 부사장도 4개월째 공석이다. 공공개혁 바람이 몰아치는 와중에 방만경영의 대표 공기업으로 찍힌 회사가 최고경영진의 오랜 공백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매출 3733억원, 영업이익 137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1%, 16.3% 증가한 수치다. 최흥집 전 사장이 재임 중이던 지난해 4분기보다 매출은 11.2%, 영업이익은 232.3% 껑충 뛰었다. 증권가는 2분기에도 강원랜드가 12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전 사장은 임기를 1년여 남긴 지난 2월 초 돌연 강원지사 출마를 선언한 뒤 사장 자리를 그만뒀다. 김성원 전 부사장은 ‘태백 오투리조트 150억원 기부 사건’에 연루돼 중도 하차했다. 그는 2012년 강원랜드 이사회에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태백시의 오투리조트에 150억원을 무상 기부하자는 안건을 통과시켰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올 4월 사표를 냈다. 부사장직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인 김시성 경영본부장으로 잠정 확정됐다가 세월호 사태로 불거진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으로 재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마땅한 후임자를 찾기 어렵자 사장 공모는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실적 향상을 의아스럽게 보는 시각에 대해 강원랜드 측은 “나름대로 경영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7월 카지노 증설로 이용 가능한 게임 좌석 수가 늘어나면서 1인당 칩 구매액이 증가한 것도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관피아’ 논란에 후임자 공모 올스톱
하지만 정반대의 시각도 있다. 정부로부터 독점적 영업권을 부여받은 공기업 특성상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땅 짚고 헤엄치는 식’의 장사를 하고 있는 판에 CEO의 존재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 게다가 지금껏 강원랜드 CEO가 대부분 정부 정치권 등의 ‘낙하산’으로 충원돼 능력과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해온 적이 거의 없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원랜드의 역대 사장 7명 중 6명은 정부 관료 출신이었다. 김상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사장 추천위원회를 만들어 사장을 뽑지만 실제로는 관료나 정치권 출신을 뽑기 위한 요식에 불과했다”며 “경영진 공백으로 경영에 타격이 없는 것도 평소 CEO의 역할이 크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랜드는 사장뿐 아니라 이사진까지 ‘낙하산 종합선물세트’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외풍을 많이 받고 있다. 현 이사진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청와대 경호실, 국회 보좌관, 국회 사무처, 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안전행정부, 강원도청 대학교수 출신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가히 ‘전(全)피아’라는 얘기가 무색할 정도다.
○임기 채운 사장은 7명 중 2명뿐
정치권 진출 디딤돌로 삼거나 재직기간 각종 이권 개입도
강원도 내 최대 공공기관인 강원랜드의 역대 최고경영자(CEO) 중 임기 3년을 무사히 마친 사장은 2대 김광식 사장과 5대 조기송 사장 단 2명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어져온 낙하산 인사들이 강원랜드 CEO 자리를 정치권 진출을 위한 디딤돌로 삼거나 재직 기간 각종 이득을 취하는 데만 골몰했기 때문이다.
임기 중 하차한 ‘불명예스러운 역사’는 1998년 서병기 초대 사장부터 시작됐다. 은행장 출신 인사가 사장으로 앉은 데 대해 폐광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많았던 데다 당시 한 임원과 직원의 불륜 관계까지 적발되면서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받은 뒤 서 전 사장은 취임 1년2개월여 만에 사퇴했다.
2대 김광식 전 사장은 임기는 마쳤지만, 강원랜드 재직 중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퇴임 후 구속됐다. 그 뒤를 이어 2002년 취임한 3대 오강현 전 사장은 재임 중 가스공사 사장으로 추대되면서 1년도 안 돼 강원랜드 사장직을 사임했다.
4대 김진모 전 사장은 소액주주들로부터 “경영능력이 없으니 사퇴하라”는 압력에 줄곧 시달리다 임기 7개월을 남겨두고 자치단체장 출마를 위해 물러났다.
6대 최영 전 사장은 SH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건설현장식당(함바) 운영권 알선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강원랜드 사장 재임 중이던 2011년 구속되면서 사장 자리를 비웠다. 7대 사장인 최흥집 사장은 강원지사 출마를 선언하며 지난 2월 돌연 사퇴를 선언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다른 공기업과 달리 골프장 리조트 등을 건설해야 하는 강원랜드의 특성상 각종 이권이 발생하기 때문에 비리가 일어날 소지가 많은 데다 강원랜드 사장 자리를 다른 공기업이나 정치권으로 가기 위한 ‘다리’로 생각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원랜드 노조는 지난 16일 파업에 돌입했다. 관행처럼 내려오는 ‘관피아’(관료+마피아) 인사와 비용 절감을 위한 복지제도 축소 정책에 대한 반발 때문이다. 조용일 노조위원장은 “전체 임원 중 공무원과 정치인 출신이 75%가 넘는다”며 “관광 서비스업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이들이 임원 자리에 앉아 경영을 효율적으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선=심성미/김재후 기자 smshim@hankyung.com
○사장, 부사장 잇달아 퇴임
사장 자리가 빈 지 6개월이 가까워오고 있지만 경영실적은 날로 좋아지는 회사가 있다. 바로 강원랜드다. 부사장도 4개월째 공석이다. 공공개혁 바람이 몰아치는 와중에 방만경영의 대표 공기업으로 찍힌 회사가 최고경영진의 오랜 공백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매출 3733억원, 영업이익 137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1%, 16.3% 증가한 수치다. 최흥집 전 사장이 재임 중이던 지난해 4분기보다 매출은 11.2%, 영업이익은 232.3% 껑충 뛰었다. 증권가는 2분기에도 강원랜드가 12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전 사장은 임기를 1년여 남긴 지난 2월 초 돌연 강원지사 출마를 선언한 뒤 사장 자리를 그만뒀다. 김성원 전 부사장은 ‘태백 오투리조트 150억원 기부 사건’에 연루돼 중도 하차했다. 그는 2012년 강원랜드 이사회에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태백시의 오투리조트에 150억원을 무상 기부하자는 안건을 통과시켰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올 4월 사표를 냈다. 부사장직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인 김시성 경영본부장으로 잠정 확정됐다가 세월호 사태로 불거진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으로 재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마땅한 후임자를 찾기 어렵자 사장 공모는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실적 향상을 의아스럽게 보는 시각에 대해 강원랜드 측은 “나름대로 경영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7월 카지노 증설로 이용 가능한 게임 좌석 수가 늘어나면서 1인당 칩 구매액이 증가한 것도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관피아’ 논란에 후임자 공모 올스톱
하지만 정반대의 시각도 있다. 정부로부터 독점적 영업권을 부여받은 공기업 특성상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땅 짚고 헤엄치는 식’의 장사를 하고 있는 판에 CEO의 존재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 게다가 지금껏 강원랜드 CEO가 대부분 정부 정치권 등의 ‘낙하산’으로 충원돼 능력과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해온 적이 거의 없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원랜드의 역대 사장 7명 중 6명은 정부 관료 출신이었다. 김상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사장 추천위원회를 만들어 사장을 뽑지만 실제로는 관료나 정치권 출신을 뽑기 위한 요식에 불과했다”며 “경영진 공백으로 경영에 타격이 없는 것도 평소 CEO의 역할이 크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랜드는 사장뿐 아니라 이사진까지 ‘낙하산 종합선물세트’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외풍을 많이 받고 있다. 현 이사진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청와대 경호실, 국회 보좌관, 국회 사무처, 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안전행정부, 강원도청 대학교수 출신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가히 ‘전(全)피아’라는 얘기가 무색할 정도다.
○임기 채운 사장은 7명 중 2명뿐
정치권 진출 디딤돌로 삼거나 재직기간 각종 이권 개입도
강원도 내 최대 공공기관인 강원랜드의 역대 최고경영자(CEO) 중 임기 3년을 무사히 마친 사장은 2대 김광식 사장과 5대 조기송 사장 단 2명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어져온 낙하산 인사들이 강원랜드 CEO 자리를 정치권 진출을 위한 디딤돌로 삼거나 재직 기간 각종 이득을 취하는 데만 골몰했기 때문이다.
임기 중 하차한 ‘불명예스러운 역사’는 1998년 서병기 초대 사장부터 시작됐다. 은행장 출신 인사가 사장으로 앉은 데 대해 폐광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많았던 데다 당시 한 임원과 직원의 불륜 관계까지 적발되면서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받은 뒤 서 전 사장은 취임 1년2개월여 만에 사퇴했다.
2대 김광식 전 사장은 임기는 마쳤지만, 강원랜드 재직 중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퇴임 후 구속됐다. 그 뒤를 이어 2002년 취임한 3대 오강현 전 사장은 재임 중 가스공사 사장으로 추대되면서 1년도 안 돼 강원랜드 사장직을 사임했다.
4대 김진모 전 사장은 소액주주들로부터 “경영능력이 없으니 사퇴하라”는 압력에 줄곧 시달리다 임기 7개월을 남겨두고 자치단체장 출마를 위해 물러났다.
6대 최영 전 사장은 SH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건설현장식당(함바) 운영권 알선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강원랜드 사장 재임 중이던 2011년 구속되면서 사장 자리를 비웠다. 7대 사장인 최흥집 사장은 강원지사 출마를 선언하며 지난 2월 돌연 사퇴를 선언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다른 공기업과 달리 골프장 리조트 등을 건설해야 하는 강원랜드의 특성상 각종 이권이 발생하기 때문에 비리가 일어날 소지가 많은 데다 강원랜드 사장 자리를 다른 공기업이나 정치권으로 가기 위한 ‘다리’로 생각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원랜드 노조는 지난 16일 파업에 돌입했다. 관행처럼 내려오는 ‘관피아’(관료+마피아) 인사와 비용 절감을 위한 복지제도 축소 정책에 대한 반발 때문이다. 조용일 노조위원장은 “전체 임원 중 공무원과 정치인 출신이 75%가 넘는다”며 “관광 서비스업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이들이 임원 자리에 앉아 경영을 효율적으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선=심성미/김재후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