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미래는 있는가] 한국차, '환율 쇼크'…일본차, 엔低 '펄펄'…중국차, 脫차이나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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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1) 성장 급제동 걸린 車 산업
엔화가치 2년새 25% '뚝'…도요타, 가격 공세
현대기아차, 수출늘어도 원화 환산땐 '적자'
원가절감 노력도 일본에 뒤처져
엔低효과로 캠리-쏘나타, 북미서 가격차 거의 사라져
日 저가정책으로 신흥국 공략…韓 원가 못낮추면 미래 없어
엔화가치 2년새 25% '뚝'…도요타, 가격 공세
현대기아차, 수출늘어도 원화 환산땐 '적자'
원가절감 노력도 일본에 뒤처져
엔低효과로 캠리-쏘나타, 북미서 가격차 거의 사라져
日 저가정책으로 신흥국 공략…韓 원가 못낮추면 미래 없어
도요타는 2012년 6월께 미국에서 중형 세단인 캠리를 2만4000달러에 팔았다. 당시 현대 쏘나타가 2만2300달러에 팔리던 때였다. 그러다 작년 초 캠리 가격을 2만3000달러대로 떨어뜨리더니 작년 말엔 2만2000달러대로 다시 내렸다. 같은 기간 쏘나타 가격은 조금씩 상승해 두 모델의 가격 차이는 사상 최저 수준인 192달러로 줄어들었다. 일본차와 한국차 간 가격차가 없어진 셈이다.
엔저 힘입은 일본차 부활
미 달러에 대한 일본 엔화 가치는 2012년 6월 79엔에서 최근 100엔 선까지 2년 만에 25%나 뚝 떨어졌다. 일본 차메이커들이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생긴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렉서스 소형 하이브리드 모델인 CT200h다. 도요타는 지난 4월 주요 선진 시장에 CT200h의 부분 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동시 다발적으로 5%가량 내렸다. 한국에선 210만원을 깎았고 영국과 호주에선 각각 1000파운드, 2000달러를 인하했다. 앞서 작년 하반기 미국 시장에 선보인 GS460의 신모델 가격은 이전 모델보다 9%가량 떨어뜨렸다.
닛산도 프리미엄 브랜드인 인피니티의 가격을 확 낮췄다. 지난해 9월 이후 한국과 호주시장에서 신모델 가격을 13%씩 낮춰 출시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말 신형 제네시스 출시를 계기로 세계 프리미엄 차량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일본차들의 가격 공세로 해외시장에서 힘든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본차 업체들의 원가 절감 노력도 현대차에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 도요타는 2012년부터 부품 공용화를 대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내년까지 차량 전체 부품의 30%를 복수의 차종에 공통 적용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생산해야 할 부품 종류가 줄어 원가를 낮출 수 있게 된다. 특히 신흥국 시장에 적합한 저가 차량 생산에 강점을 보일 수 있다. 일본은 공용 부품 비중을 장기적으로 8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빠른 위기 극복 능력도 일본차 부활의 비결로 꼽힌다. 일본 업체들은 2010년 대규모 리콜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대 강점인 내구성과 품질을 강조해 판매량을 빠르게 회복했다. 미국 시장 조사업체인 JD파워가 발표하는 내구성 지수 순위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도요타의 렉서스는 2009년 3위로 떨어졌지만 2012년 곧바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1980년대부터 자동차 할부금융 부문을 독립시켜 금융 사업을 키운 점도 일본차의 강점이 됐다. 도요타의 영업이익 중 금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4%대로 14%대인 현대차보다 높다.
위기에 처한 한국 자동차산업
도요타는 엔저효과와 자체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혼다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일본차들의 실적이 더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업체들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재투자하고 있다. 도요타 등 완성차 8개사의 연내 연구개발비는 2조4000억엔. 연간 베이스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들은 또 공동으로 자율주행차와 친환경 자동차 엔진을 개발하고, 2020년까지 디젤엔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보다 30% 줄이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일본 업체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는 올 상반기 255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작년 상반기보다 9억달러 많은 사상 최대치다. 하지만 원화로 환산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올 상반기 수출액은 26조8013억원으로 1년 전보다 되레 3398억원 줄어들었다.
환율 탓에 현대·기아차의 실적 전망은 우울하다. 올초만 해도 증권업계에선 현대차와 기아차의 2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2조5000억원대와 1조원대로 내다봤다. 그러나 6개월 만에 두 회사의 이익 전망치는 12%, 22%씩 하락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엔화 가치가 급등한 1980년대에 일본이 원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한국도 원가 경쟁력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박수진(팀장)·김현석 산업부 차장, 정인설 ·이상은·최진석·강현우 산업부 기자, 전설리 IT과학부 기자
정인설/강현우 기자 surisuri@hankyung.com
엔저 힘입은 일본차 부활
미 달러에 대한 일본 엔화 가치는 2012년 6월 79엔에서 최근 100엔 선까지 2년 만에 25%나 뚝 떨어졌다. 일본 차메이커들이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생긴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렉서스 소형 하이브리드 모델인 CT200h다. 도요타는 지난 4월 주요 선진 시장에 CT200h의 부분 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동시 다발적으로 5%가량 내렸다. 한국에선 210만원을 깎았고 영국과 호주에선 각각 1000파운드, 2000달러를 인하했다. 앞서 작년 하반기 미국 시장에 선보인 GS460의 신모델 가격은 이전 모델보다 9%가량 떨어뜨렸다.
닛산도 프리미엄 브랜드인 인피니티의 가격을 확 낮췄다. 지난해 9월 이후 한국과 호주시장에서 신모델 가격을 13%씩 낮춰 출시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말 신형 제네시스 출시를 계기로 세계 프리미엄 차량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일본차들의 가격 공세로 해외시장에서 힘든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본차 업체들의 원가 절감 노력도 현대차에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 도요타는 2012년부터 부품 공용화를 대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내년까지 차량 전체 부품의 30%를 복수의 차종에 공통 적용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생산해야 할 부품 종류가 줄어 원가를 낮출 수 있게 된다. 특히 신흥국 시장에 적합한 저가 차량 생산에 강점을 보일 수 있다. 일본은 공용 부품 비중을 장기적으로 8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빠른 위기 극복 능력도 일본차 부활의 비결로 꼽힌다. 일본 업체들은 2010년 대규모 리콜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대 강점인 내구성과 품질을 강조해 판매량을 빠르게 회복했다. 미국 시장 조사업체인 JD파워가 발표하는 내구성 지수 순위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도요타의 렉서스는 2009년 3위로 떨어졌지만 2012년 곧바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1980년대부터 자동차 할부금융 부문을 독립시켜 금융 사업을 키운 점도 일본차의 강점이 됐다. 도요타의 영업이익 중 금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4%대로 14%대인 현대차보다 높다.
위기에 처한 한국 자동차산업
도요타는 엔저효과와 자체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혼다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일본차들의 실적이 더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업체들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재투자하고 있다. 도요타 등 완성차 8개사의 연내 연구개발비는 2조4000억엔. 연간 베이스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들은 또 공동으로 자율주행차와 친환경 자동차 엔진을 개발하고, 2020년까지 디젤엔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보다 30% 줄이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일본 업체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는 올 상반기 255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작년 상반기보다 9억달러 많은 사상 최대치다. 하지만 원화로 환산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올 상반기 수출액은 26조8013억원으로 1년 전보다 되레 3398억원 줄어들었다.
환율 탓에 현대·기아차의 실적 전망은 우울하다. 올초만 해도 증권업계에선 현대차와 기아차의 2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2조5000억원대와 1조원대로 내다봤다. 그러나 6개월 만에 두 회사의 이익 전망치는 12%, 22%씩 하락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엔화 가치가 급등한 1980년대에 일본이 원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한국도 원가 경쟁력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박수진(팀장)·김현석 산업부 차장, 정인설 ·이상은·최진석·강현우 산업부 기자, 전설리 IT과학부 기자
정인설/강현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