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을 완화해주고 2주택자 전세소득에 과세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

DTI·LTV 규제 완화 기대감…강남 재건축 호가 2000만원 상승
‘2·26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이어졌던 정책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면서 투자 수요가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일부 관망하던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서고, 집주인은 기대감으로 호가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잠실주공5단지 전용 74㎡는 지난달 말 10억8000만~10억9000만원에서 최근 11억2000만원까지 올랐다.

김용태 잠실88부동산 대표는 “LTV 등 규제완화안이 알려진 뒤 서너 배까지 문의가 늘었다”며 “아직 계약은 안 됐지만 집주인들의 기대감이 호가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재건축에 가속도를 높일 수 있는 조합원 총회가 열려 앞으로도 시세 변화가 클 것으로 인근 중개업소들은 예상하고 있다.

서울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전용 42㎡는 지난달 말 6억7000만원에서 최근 6억9000만원대까지 호가가 올랐다. 인근 이창훈 남도공인 대표는 “DTI와 LTV 완화 방침이 나온 뒤 집주인들이 1000만~2000만원까지 호가를 올렸다”며 “특히 주공1단지는 일반분양분이 많아 추가 분담금 리스크가 적다는 분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자들이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호가를 올리는 집주인과 기존 가격을 요구하는 매수자들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치동 금풍공인 김동협 대표는 “집을 보러 오는 문의는 늘었지만 당장 계약을 맺는 것은 아니다”며 “투자자들이 차분하게 매물을 알아보는 상태라 추격 매수세는 뜸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달 말 발표될 하반기 경제운용 방안에서 규제완화안이 확정·발표되면 당분간 주택거래가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심리적 빗장인 LTV, DTI를 풀고 끝까지 고집하던 2주택자 전세소득 과세안도 철회하며 규제완화에 대한 의지가 시장에 전달됐다”며 “당분간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감에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회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켜야 정부의 규제완화 효과가 커진다”며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용,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국회에 계류된 법안을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비수기임에도 경기 광주, 충남 천안, 대구 등에서 지난주 분양한 아파트들이 대부분 1·2순위에서 마감되는 등 규제완화 효과가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