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도입된 이후 변호사 수는 매년 크게 늘고 있지만 법조인 지망생은 갈수록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생존 경쟁에 내몰리는 변호사가 많아지면서 법조인이라는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일 법무부에 따르면 로스쿨 입학시험인 ‘법학적성시험(LEET)’이 처음 치러진 2008년 2만3656명이던 사법시험 응시자 수는 매년 크게 줄어 올해 7428명에 그쳤다. 6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당시 정부가 2017년까지 사법시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법조인 선발을 로스쿨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변호사시험법 제정안을 발의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사법시험에서 빠져나간 인원이 LEET로 들어오지는 않고 있다. 법조인 선발 제도는 사법시험에서 로스쿨로 바뀌었지만 상당수 사법시험 준비생이 옮겨오지 않고 법조인 지망생 대열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로스쿨협의회에 따르면 LEET 시행 첫해인 2008년 1만960명이었던 응시자는 이듬해 8428명으로 떨어진 뒤 매년 8000~9000명대에 머물고 있다. 시행 첫해와 비교하면 17~27% 줄었다.

전문가들은 “법률시장 포화로 변호사 각자에게 돌아가는 먹거리도 줄었고 연봉도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사법시험만 치렀을 때는 신임 법조인이 매년 900~1000명 배출됐지만 사법시험과 로스쿨을 병행한 2012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1913명, 1844명으로 증가했다. 국내 경기 침체로 일거리도 예전처럼 많지 않다는 게 법조인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진녕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은 “사법시험에서 빠져나간 인원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더 이상 법조인이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 다른 직군으로 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중견 변호사는 “변호사가 다른 직업에 비해 더 이상 비교우위가 아니라는 걸 지원자 수에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스쿨협의회장을 지낸 신현윤 연세대 교학부총장은 “개천에서 용 나는 수단으로 변호사를 생각하는 건 지금 시대에 맞지 않다”며 “사회 모든 영역에서 법률 수요를 챙겨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법조인 지망생 스스로도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스쿨에 새로운 ‘장벽’이 생겨 응시자의 진입을 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데는 목돈이 들지 않았지만 로스쿨은 25개교의 올해 평균 등록금이 1534만원에 이른다. 특히 사립대 15개교의 평균 등록금은 1875만원으로 한 학기에 1000만원 가까이 된다. 내달 치러지는 2015학년도 LEET 응시료도 27만원이다. 사교육비도 만만치 않아 로스쿨생 사이에선 “변호사 되는 데 1억원 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학사학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 명시적인 나이 제한은 없지만 합격생 대부분이 20대라는 점 등도 지원자 유입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