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인트] 비재무정보 공시 법제화해야
폴 폴먼 유니레버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실적 개선에 따른 상여금 외에 72만달러의 추가 보너스를 받았다. 지역사회 삶의 질을 개선하고 소비자 건강 증진에 기여한 점 등 ‘지속가능 경영 성과’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CEO에 대한 주요 평가 요소로 재무적 성과와 함께 비재무적 성과를 꼽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기업 평가 기준을 매출, 영업이익, 자산, 부채와 같은 재무정보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기업이 아무리 건전한 재무제표를 유지하더라도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을 관리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기업들에 협력사나 지역사회에 대한 역할이 강조되고 있고, 시민단체들은 환경·사회적 이슈를 제기하고 있으며 사업장 안전 사고 발생 등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기업 평판 하락 등의 위험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중국 시민단체들이 애플 협력사의 실태를 고발하는 등 기업이 사회·환경적인 변수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명성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거나 재무실적이 하락한 실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 비재무성과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지난 4월 유럽 의회는 일정 규모 기업(500인 이상의 상장기업, 금융기관 등)에 환경·사회적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는 지침을 채택했다. 국내에서도 비재무성과를 사업보고서 내에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의 중이다.

비재무성과 보고서의 질이나 공개 범위에 대해서는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은 대기업조차 재무성과에 비해 비재무성과를 관리하는 수준이 낮다. 기업 경영은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가 선행돼야 이를 기반으로 전략과 성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비재무정보의 공개 범위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재무정보의 경우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 공시하고 있지만 비재무정보는 상당수 기업들이 해외 사업장과 자회사를 누락한다. 사회·환경적 위험은 오히려 개발도상국에 위치한 해외 사업장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재무성과의 공시 범위도 재무정보 공시 범위에 준해서 관리체계를 확립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국내외에서 비재무정보 공시의 법제화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도 외형에 걸맞은 지속가능경영 기틀을 마련할 때가 왔다.

박재흠 < 삼일PwC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