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서 기념전
성남시 백남준아트센터는 이 기념비적 작품의 탄생 30돌을 맞이해 그 시대적 의미를 되새기고 그의 예술정신이 오늘의 현실 속에서 갖는 의미를 되새기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 2014’ 전을 11월16일까지 연다.
백남준이 당시로서는 최첨단 기술인 위성중계 방식으로 공간적, 계층적 벽을 넘어 지구촌 화합이라는 장밋빛 유토피아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오늘의 미디어 환경은 그의 예언을 뒷받침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박만우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의 지적대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소통과 빅데이터의 활용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더 많은 자유를 확보하려는 의지가 되레 우리를 거대한 감시의 울타리 속에 가두고 있는 모습”이다. 오웰이 살아난다면 “백남준, 너도 절반만 맞았어”라고 할 정도로 오늘의 상황은 역설적이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과거의 미래였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오늘의 시점에서 바라보며 매스미디어와 글로벌 네트워킹의 진화가 과연 예술가들에 의해 어떻게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다.
폴 게린(미국)은 ‘비디오 카메라를 든 사나이’에서 홈비디오 카메라가 갖고 있는 기록과 고발의 힘을 보여준다. 작가는 홈 비디오 카메라로 폭동이나 사회적 부조리의 현장을 촬영했는데 이 중 일부가 고스란히 TV 전파를 타게 되면서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질 마지드(미국)는 영국 리버풀에 머물며 감시카메라에 찍힌 자신의 영상들을 편집한 ‘증거보관소’를 선보인다. 작가는 시민이 시 감시국에 요청하면 자신이 촬영된 필름을 반환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31일간 의도적으로 감시카메라에 자신을 노출한 다음 이를 되찾아 작품화했다. 공공 감시시스템을 사적인 이야기로 만들어버린 발상이 돋보인다.
송상희는 이상향을 꿈꾸며 만들어놓은 도시 풍경을 여과 없이 영상에 담은 뒤 그 위에 오웰의 ‘1984년’ 같은 디스토피아 소설과 SF 소설에서 따온 듯한 구절을 삽입해 기묘한 대비를 만들어낸다.
한편 백남준문화재단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나의 예술적 고향: 라인란트의 백남준’을 열고 있다. 백남준이 독일에서 활동한 1960~70년대 당시의 친필기록, 서신, 사진, 영상 등을 볼 수 있는 자료전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