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폐지’ 추진에 반발하고 있는 자사고들이 내부 단속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한 미달 자사고까지 끌어안고 간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 지역 25개 자사고 교장들로 구성된 서울 자율형사립고 교장협의회(자사고연합회)는 2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사고 말살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일반고로 자진 전환하는 자사고에 5년간 최대 14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시교육청의 일반고 전환 유도 방안을 일체 거부키로 했다.

자사고들은 교육 당국과의 전면전을 대비해 내부 단속에 나섰다. 자사고연합회는 기자회견에 앞서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찬을 겸한 사전 협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한 자사고 교장은 “자사고 간 내부 분열이 있어선 안 된다” 며 “잘 되는 곳, 안 되는 곳 나누지 말고 상부상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별 자사고의 경쟁력 유무와 상관없이 공동 대응하자는 발언이다. 신입생 미달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사고 역시 ‘건드리지 말라’는 것. 평가를 통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사고부터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시교육청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러나 이들 자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하나고를 제외한 서울형 자사고 24곳 가운데 3분의 1에 달하는 8개교가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하늘교육이 집계한 ‘2014학년도 서울권 지역단위 자사고 경쟁률’(일반전형 기준)에 따르면 △미림여고 0.49대 1 △우신고 0.54대 1 △숭문고 0.65대 1 △경문고 0.66대 1 △배재고 0.71대 1 △선덕고 0.72대 1 △대광고 0.72대 1 △장훈고 0.9대 1 등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 연속 미달 사태를 빚었다.

특히 자사고연합회 회장교인 배재고도 올해 입시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해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연합회 차원에서 공동대응 원칙과 법적 대응 불사 등 강경론을 내세운 한 요인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강남 소재 한 자사고 관계자는 “전체 자사고가 보조를 맞춰 공동 대응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개별 자사고가 따로 코멘트 하지는 않기로 했다” 면서 “자사고 간 지원율이나 경쟁력에 차이가 있다 해도 개별 학교 입장은 내지 않겠다는 것”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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