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여름방학
‘야! 신나는 여름방학이다.’ 외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해맑다. 지난주 시작해 금주에는 대부분 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예나 지금이나 여름방학은 생각만 해도 설렌다. 방학은 집을 비워놓고 멀리 떠나 휴식을 취한다는 프랑스어 바캉스(vacance)에서 유래했다.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에서 베이케이션(vacation), 베이컨시(vacancy)로 쓰이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과거는 여름방학이 한 달 반 가까이 됐지만 최근에는 주5일제 수업 등으로 인해 10일 가까이 줄었다. 이 사실을 알면 아이들은 울상을 지을 것이다. 여름방학 하면 떠오르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울어대는 매미 소리와 시골 할머니 집, 맑은 시냇가, 밝게 빛나는 은하수, 원두막과 시원한 수박과 참외…. 이 모든 것이 여름방학이 주는 선물이었다. 방학은 말 그대로 잠시 학업을 놓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방학이 더 바쁜 아이들이 늘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방학을 ‘집중학습 타이밍’으로 여겨 자녀에게 영어, 수학, 태권도, 피아노 학원을 순회공연 식으로 보낸다고 한다. 방학 때 단지 놀거나 공부만 해서는 안 된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공부에 힘겨워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시원한 냇가에서 물장구도 치고, 물고기와 잠자리를 잡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놀며 숨 쉴 시간을 줘야 한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게임에서 벗어나 풍요로운 정서를 나누고 아름다운 추억도 쌓아야 한다. 학부모들이 이번 방학은 자녀들과 함께 추억여행을 갔으면 좋겠다. 부모 자녀 간 침묵의 식사시간, 문자로만 주고받는 대화가 아닌 별이 쏟아지는 산과 들에서 서로의 마음을 나누자. 자연과 낭만, 가족의 추억은 결코 학원이나 책에서는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바쁘다, 갈 곳 없다’는 핑계는 이제 그만하자. 자녀들이 커버리면 되돌릴 수 없다. 맞벌이 부부 비율이 44%에 달하고 부부당 약 1.6명의 자녀를 낳아 기르는 시대에 자녀들은 너무나 소중하다. 소중한 자녀에게 방학 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학원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신나는 여름방학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자.

안양옥 < 한국교총 회장·서울교대 교수 yangok@kft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