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딴소리 나오는 적합업종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중소기업 1081개사의 연매출 증가율은 1.8%, 총자산 증가율은 5.6%였다.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들의 증가율이 각각 1.4%, 3.5%인 것과 비교하면 의미가 있다.”(중소기업중앙회)

“무슨 소리냐. 중기 적합업종 기업들의 총자산 증가율은 그동안 오히려 5.9%포인트 하락했다.”(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지정(연장) 문제를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다시 격돌했다. 제도 시행 3년째인 올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나아졌는지를 놓고 대기업들이 회원사인 전경련과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중기중앙회가 최근 며칠 새 정반대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적합업종을 처음 선정한 3년 전 치열한 대립과 갈등이 재현되는 분위기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에 3년간 해당 산업에서 사업 철수 또는 축소를 권고하거나 확장 및 진입 자제 등을 요구하는 제도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합의한 내용을 동반성장위원회가 권고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는 대기업 참여를 제한해 결과적으로 중소기업들끼리만 경쟁하는 구도를 만든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떠나 상대적으로 중소기업들이 유리해졌지만 외국 기업들만 어부지리를 얻는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현재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품목은 100개다. 떡과 순대 등 14개 품목은 올 9월30일, 두부와 어묵 등 23개는 올 11월30일, 도시락과 단무지 등 45개는 연말인 12월31일 합의 기간이 끝난다. 중소기업들은 이들 82개 품목 중 김, 차량용 블랙박스 등 5개를 제외한 77개에 대해 연장을 신청했다. 대기업들은 두부 장류 순대 막걸리 어묵 등을 포함한 50개 품목을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재합의와 해제가 동시에 신청돼 치열한 갈등이 예상되는 품목이 48개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모두 만족시킬 제도가 있겠냐”면서 “서로 주장을 내세우기보다는 충분히 대화하고 공동 조사를 한 뒤 합의점을 찾는 방법이 현행 제도에선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중소기업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