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의 산실' AMP 40년…동문 5000명 시대
각 분야에서 성공한 기업인 금융인 정치인 관료 자영업자 등을 하나로 묶는 ‘끈끈한 조직’이 주요 대학마다 있다. 최고경영자과정(AMP·Advanced Management Program)이다. 1975년 고려대 경영대학이 국내에 처음 개설한 AMP는 올해로 40년을 맞았다.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 가운데 서울대 AMP를 거쳐 간 동문은 곧 5000명을 돌파한다.

김병도 서울대 경영대학장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기업인들에게 경영학 이론과 실무를 제대로 가르치려는 취지로 개설된 AMP는 그동안 사회 각 분야 리더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산실로 기여해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요즘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 경기침체 여파로 직장의 학비 지원이 줄면서 기대만큼 학생들을 유치하지 못하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

◆‘SKY’ 주도로 성장

국내 대학의 AMP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이 주도해 성장해왔다. 고려대에 이어 서울대와 연세대도 1976년 경영대학에 AMP를 개설했다. 지금까지 3개 대학 AMP를 수료한 동문은 모두 1만3000여명에 달한다. 서울대는 재학 중인 77기가 수료하면 동문 수가 4984명으로 늘어난다. 연세대(4211명)와 고려대(4149명)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3개 대학 AMP 동문 중엔 잘 알려진 기업인이 적지 않다. 함께 수강생으로 만난 동료 기업인들은 경영상의 조언을 주고받기도 한다. 서울대 AMP 총동창회장을 맡고 있는 김종섭 삼익악기 회장은 AMP에서 만난 동기들의 도움을 이끌어내 과거 한 기업의 증시 상장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AMP 동문으로는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등이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은 고려대 AMP를 수료한 기업인이다. 서로 다른 대학의 AMP를 복수 수료한 경우도 적지 않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김광석 참존 회장은 서울대와 서강대 AMP를 모두 수료했다.

◆지원자 수 서강대 ‘늘고’, 고려대 ‘줄고’

한때 최고경영자(CEO) 등 사회 리더들의 ‘필수코스’로 통했던 AMP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세가 주춤한 ‘정체기’를 맞고 있다. 올해 서울대 AMP 77기 모집(정원 70명 내외)엔 140여명이 지원, 약 2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5년간 평균 경쟁률이 2.2~3 대 1 수준이었던 데 비하면 지원자가 소폭 감소했다.

정원이 50명 내외인 연세대 AMP 역시 지난 2년간 지원자가 줄었다. 60명 안팎을 선발하는 고려대 AMP도 직전 기수에 등록자가 53명에 그쳤다.

이와 달리 서강대 AMP는 지원자가 늘었다. 지난해엔 40명 모집에 44명이 지원해 전원 등록했다. 2010년 이후 등록인원이 평균 30명 정도였고, 한때 20명까지 줄기도 한 데 비하면 지난해 등록인원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대학 AMP 역시 ‘정권의 바람’을 탄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에는 고려대 AMP의 등록 인원이 70명에 육박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서강대 AMP가 인기를 끄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차별화로 활로 모색

최근 AMP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대학들은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활로를 뚫고 있다. 연세대와 서강대는 AMP 과정에 ‘부부 동반’ 프로그램을 넣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AMP가 수강생 간 교류에 초점을 맞췄다면 부부 동반 워크숍(연세대)을 열거나 입학식 및 수료식에 배우자와 동반(서강대)하도록 하는 등 인적 네트워크의 외연을 부부로 확대하려는 시도다. 연세대는 지난해 ‘나는 강사다’라는 프로그램과 인문학 과정을 AMP에 도입하기도 했다.

신현한 연세대 AMP 지도교수는 “AMP는 단순히 CEO들이 네트워크를 쌓는 데서 더 나아가 경험과 지식을 교류하며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명망 있는 수강생을 유치하려면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호/윤희은/홍선표/오형주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