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이 21일 공개한 해유문서.
국립중앙도서관이 21일 공개한 해유문서.
조선 정조 9년(1785년) 함경북도 길주목 서북진병마첨절제사에 임명된 김세휘는 임지에 도착하자마자 한 달 동안 전임자인 윤빈과 인수인계 사항을 점검했다. 그 결과 세로 80㎝, 가로 6.7m에 이르는 보고서를 작성해 상관인 함경북도병마수군절도사에게 올렸다. 국립중앙도서관이 21일 공개한 해유문서(解由文書)다.

해유란 임무를 마친다는 뜻. 조선시대의 조직 관리자라면 누구나 전임자가 후임자를 위해 회계와 물품 등의 인계사항을 담은 해유이관(解由移關)을 만들고 후임자는 이를 바탕으로 해유첩정(解由牒呈·인수인계 보고서)을 작성했다. 해유문서는 해유이관·첩정을 통칭하는 말로, 이날 공개된 해유문서에는 김세휘가 작성한 해유첩정과 이를 보고받은 절도사가 병조에 올린 해유첩정이 포함돼 있다.

해유문서의 기록은 꼼꼼하다. 전체 재산항목은 350여건, 무기류만 300여종에 이른다. 탄환 1만4111개, 말의 진격을 방해하기 위해 바닥에 까는 쇠못인 마름쇠 4997개, 일반 화살보다 작은 아기살 670개, 조총 343자루, 군량미 현황 등 현대 행정 조직의 재물 조사 못지않게 상세하다. 또한 후임자가 전임자의 조직관리 상황을 점검해 보고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음이 확인돼야 인수인계가 완료됐다는 점에서 조선시대의 철저했던 인사관리 체계를 보여준다.

도서관 측은 “현존 조선시대 해유문서는 100건가량에 불과한 데다 지방 무관의 해유문서는 7건뿐이어서 조선시대 북방 지역의 무관 해유 절차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