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1년여 남기고 김진선 돌연 사퇴 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주역인 김진선 조직위원회 위원장(68·사진)이 21일 전격 사퇴했다. 김 위원장은 2011년 11월 초대 조직위원장을 맡았고 지난해 10월 연임에 성공해 2015년 10월까지가 임기다. 강원지사 시절부터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전력을 기울였던 김 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퇴를 선언하자 ‘감사원 감찰 관련설’과 ‘부실 운영 책임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조직위 회의를 주재하면서 내부 구성원들에게 사퇴 결정을 직접 밝혔다. 그는 이날 사퇴의 변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가 후반기에 접어든 반환점”이라며 “새로운 리더십과 보강된 시스템에 의해 조직위원회가 앞으로의 과제에 대처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동계올림픽 유치의 산파 역할을 한 김 위원장의 사퇴 이유치고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게 체육계의 평가다. 김 위원장 사퇴설은 지난 6월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 핵심 참모였던 문동후 전 조직위 부위원장을 감찰하면서 본격화됐다. ‘손발’이나 다름없던 문 전 부위원장 등에 대한 감찰은 결국 김 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지난 17일 열린 강릉빙상경기장 건립공사 기공식에 김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자 사퇴설이 확산됐다.

정부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는 고위직 비위에 대한 제보에서 시작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조직위원회나 김 위원장과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3년간 조직위 자체 수입이 없었다’며 부실 운영을 이유로 사실상 경질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조직위가 이달 초 KT, 영원아웃도어 등과 거액의 후원 계약을 맺는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부실 운영이 핵심 이유라는 관측에는 무리가 따른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외압설에 대해 “전혀 전혀”라며 손사래를 쳤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한 정치권 인사는 “김 위원장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다음부터 물러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사석에서는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면 내가 자원봉사하는 게 더 보기 좋지 않겠느냐’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새 위원장으로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조 회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해운 정상화를 비롯한 그룹 재무구조 개선 등 업무가 산적해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며 고사의 뜻을 밝혔다.

최만수/도병욱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