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갑상선암(의료계 일각에서는 갑상샘암으로 표기) 과잉진단 및 치료 논란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연일 갑상선암 논란이 부각되면서 일부 환자들은 불안감에 예약된 수술 일정을 취소했고 의사들 역시 갈피를 못잡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한경DB
최근 갑상선암(의료계 일각에서는 갑상샘암으로 표기) 과잉진단 및 치료 논란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연일 갑상선암 논란이 부각되면서 일부 환자들은 불안감에 예약된 수술 일정을 취소했고 의사들 역시 갈피를 못잡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한경DB
최근 갑상선암 진단과 치료 때문에 의료계가 연일 시끄럽다. 각 측의 입장을 전하는 기사가 쏟아지고, TV 시사프로그램에서도 이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결을 위해 정부까지 나선 상황이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갑상선암 검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암정복포럼을 개최했다. 정부는 조만간 검진기준 권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권고안이 마련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 사이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환자다. 수술을 앞두고 있는 환자뿐 아니라 이미 수술을 받은 환자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검진과 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임에도 불안감에 휩싸여 진단과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문제다. 현재까지 의학적으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갑상선암이 아무리 더디게 자라는 암이라 해도 검진과 수술을 미뤄서는 안 되는 환자들도 있다. 반드시 검사를 받고 사전에 치료해야 하는 갑상선암은 어떤 경우인지 알아봤다.
◆갑상선암, 이럴 땐 꼭 검사, 수술 받아야

갑상선 종양은 정상 성인의 평균 4~7% 정도에서 촉진된다. 이마저도 갑상선 종양의 위치와 크기, 목의 두터운 정도, 그리고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촉진되는 정도가 달라진다. 실제로 1cm 이상의 갑상선 종양도 의사의 촉진 만으로는 절반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환자가 만져봐서는 결절이 있는지 없는지 구분해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져지는 암만 검사하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특히 갑상선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부모가 갑상선 유두암이나 여포암을 진단받은 경우 자녀의 갑상선암 발생 위험도는 아들의 경우 7.8배, 딸은 2.8배 높아진다. 때문에 갑상선암 가족력이 사람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정기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목 부위에 뭔가가 만져지는데, 결절이 크거나 최근에 갑자기 커진 경우, 결절이 커서 호흡 곤란 증상이나 음식물을 삼키기 힘든 경우, 갑상선에 덩어리가 있으면서 목소리 변화가 같이 있는 경우 등과 같은 증상이 보이면 갑상선암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지체 말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수술은 검사 결과를 두고 주치의와 상의해 진행한다. 대한갑상선학회의 ‘2010년 갑상선암 진단 및 치료’에 관한 개정된 권고안에는 종양 직경이 0.5cm 이하인 경우 주위 림프절로 진행된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 한 수술하지 않는 것으로 권고했다. 그러나 1cm 이상의 암의 경우에는 갑상선전절제술을 시행해야 한다. 0.6cm와 1cm 사이의 갑상선암은 35년 내 재발될 확률이 14%로 높고, 0.6cm 이상부터 측면 림프절 전이와 원격전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0.6cm와 1cm 사이의 갑상선암도 경과 관찰보다는 수술을 권유하고 있다.

박해린 강남차병원 외과 교수(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총무이사)는 “갑상선암이 착한 암이라는 말을 ‘내 경우’로 믿고 내버려두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면서 “갑상선암 검진과 수술은 단순히 크기 만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상태, 동반 질환 등 여러가지 상황을 함께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착한 암이라기보다 ‘다양한 암’, 추적 검사 불가피

갑상선암은 일반적으로 예후가 양호하지만, 치료 없이 놔둬도 전혀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 경우부터 주위 조직 침윤 및 원격 전이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특히 100명 중 5명은 암세포의 분열이나 퍼져나가는 속도가 빠른 미분화암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 진단 후에도 지속적인 관찰은 필수다. 미분화암처럼 3~6개월 이내에 90% 이상이 속수무책으로 사망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진행이 매우 느리기 때문에 뒤늦게 재발하고 뒤늦게 사망한다.

박해린 교수
박해린 교수
박 교수는 “진행 속도가 빠른 다른 암과 달리 갑상선암의 누적 사망률은 진단 후 5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30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서 “예컨대 진단 후 사망에 걸리는 시간이 평균 15년 정도이므로 최소 15년 이상의 관찰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당장은 아무런 증상이나 피해가 없을 수도 있지만, 갑상선암 역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검진을 통해 올바른 치료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박해린 강남차병원 외과 교수(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총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