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귀중한 유산
얼마 전 교육감 선거에서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가 선거 결과를 좌우한 뉴스가 화제였다. 모 후보와 전 부인 사이에 낳은 딸 관계는 사생활이므로 상관없다는 사람도 많았으나, 이와 달리 아들이 아버지를 존경하는 모습을 보인 모 후보를 지지하는 쪽으로 표가 몰리는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 예전부터 많이 회자한 명언이지만 요즘 세상에서는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것 같다.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진심으로 존경받는 삶을 산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만큼, 이게 가능하다면 가장 의미 있는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이 사회에서 존경받는 사람으로 포장된 삶을 산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정말 가까운 사람으로부터는 존경받지 못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많다.

가족관계에서 본인이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은 인내하지 않고, 상대를 배려하지도 않으면서 ‘편하고 스스럼없는 관계니까’라고 스스로 위안하고 이해해주기만 바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 또한 사회생활을 한다는 핑계로 가족에게 소홀한 경우가 많았다. 사회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진정한 내 모습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아버지의 인생을 정리한 책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사람’을 써 출간했다. 아버지의 인생을 가장 가까이 지켜본 나에게 아버지 인생 자체는 누구에게나 자랑할 수 있는 훌륭한 삶이었다. 그래서 아버지의 삶의 방식을 글로나마 마무리해 세상에 전하고 싶었다.

필자의 아들과 딸에게 “엄마가 죽고 나면 너희도 이렇게 회고록을 써 줄 거니?”라고 물었다. “엄마가 할아버지만큼 훌륭한 인생을 보여주신다면 당연히 쓰지요”라고 아이들이 답했다. 이 말을 듣고 새로운 관점에서 지나간 내 인생을 되돌아보게 됐다.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진심으로 존경받는 삶을 산다는 것은 가장 의미 있는 인생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앞으로의 바람은 나의 아버지처럼 자식들이 진심으로 존경하는 부모로, 나의 아이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나를 떳떳하게 자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것이다. 자녀들에게 존경할 수 있는 부모의 모습을 기억하게 하고 본받고 싶은 삶의 방식을 남기는 것은 수천억원의 물질적 재산을 남겨주는 것보다 훨씬 귀중한 유산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김해련 < 송원그룹 회장 kimceo@swgr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