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들이 직접 콘텐츠 유통에 나선다. 기존에는 인터넷TV(IPTV)와 케이블TV, 위성방송 등에 지상파 콘텐츠를 제공하고 사용료(CPS)를 받기만 했다면 이제는 콘텐츠에 붙는 광고영업, 콘텐츠 기술표준 등에도 손을 대겠다는 것이다. 유료방송업계는 이 같은 지상파의 행보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황금주파수로 불리는 700㎒ 사용처, CPS 인상 여부 등을 놓고 대립해온 지상파와 통신·유료방송업계 간 갈등의 폭이 한층 커지는 모양새다.
지상파 "콘텐츠 유통 주도권 잡겠다"
○콘텐츠 유통 나서는 지상파

SBS와 MBC는 최근 각각 10억원을 출자해 콘텐츠의 디지털 유통을 전담할 스마트미디어렙(SMR)이라는 회사를 세웠다. 설립일은 지난달 16일이다.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유일한 상장사인 SBS(SBS미디어홀딩스)는 SMR 지분 20만주(50%)를 10억원에 취득했다고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하기도 했다.

이 회사 설립 목적은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지상파·종편 등을 위해 디지털 유통 인프라를 공동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기술표준도 직접 만들 계획이다. 콘텐츠와 관련된 광고영업권도 가져온다. IPTV는 그간 IPTV 사업자가 지상파 콘텐츠 주문형비디오(VOD) 광고를 직접 하고 약 18%의 수수료를 지상파에 떼어 줬다. 이 비율도 반대로 뒤엎는다는 방안이다. SMR은 설립 이후 IPTV 등 유료방송사와 이와 관련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SMR은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사업자를 포함한 유료방송업계를 ‘플랫폼 홀더’로 규정했다. 그동안 플랫폼 홀더들이 콘텐츠 유통 주도권을 잡고 있어 디지털 생태계에서 동영상 콘텐츠들이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다는 게 SMR의 주장이다. 최근 SMR은 지상파뿐 아니라 종편을 상대로 새로운 플랫폼 참여를 유도하는 설명회도 열었다. 지상파 방송사 고위 관계자는 “종편 가운데 한 회사는 대표가 1주일 만에 참여 의사를 밝혀 올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며 “신문이 네이버에 콘텐츠 주도권을 위협당한 것처럼 지상파·종편 등 콘텐츠 제작자들도 IPTV 등 플랫폼 사업자들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발하는 유료방송업계

유료방송업계는 ‘슈퍼갑(甲)’으로 자리 잡은 지상파의 사업 개입이 과도하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그동안 CPS 인상 요구를 끊임없이 해오며 협상카드로 ‘블랙아웃’(송출 중단)을 내거는 등 불합리한 요구를 지속했다”며 “콘텐츠 ‘제값받기’라는 명분 아래 과도한 이권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폐막한 2014 브라질월드컵 방송을 놓고도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월드컵 중계권을 사온 지상파가 가입자당 매달 280원을 받는 기존 CPS에 더해 별도 콘텐츠 사용료를 요구해 논란이 됐다. 지급을 거부한 유료방송업계에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법적 소송을 검토 중이다. 지상파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와도 ‘황금주파수’로 불리는 700㎒의 사용처를 놓고 다툼 중이다.

지상파가 끊임없이 통신·유료방송업계와 갈등을 빚는 이유는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광고수입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을 낼 창구는 △콘텐츠 사용료 △VOD 광고 △유료 콘텐츠 등으로 제한돼 있어 이를 중심으로 유료방송업계를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지상파의 구조상 수익성 악화는 예견된 일”이라며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CPS 산정 등 업계 핵심 이슈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 줘야 하는데 현재는 손을 놓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