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프랑스 푸조는 각각 2005년 폐쇄했던 인도네시아 자동차 공장을 지난해 재가동했다. 세계 최대 물류회사 DHL은 올해 동남아 지역 내 사업을 두 배 확장하기로 하고 창고, 물류, 정보기술(IT) 등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내년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출범을 앞두고 전 세계 기업이 동남아 지역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잘나가는 아세안' 잡아라…美·日 애정공세
○6억 넘는 인구…중산층 급증

AEC가 출범하면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미얀마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브루나이 등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이 유럽연합(EU)처럼 단일 경제권이 된다. 제품, 서비스, 투자, 자본 및 고급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5대 원칙을 토대로 총 12개 서비스 분야를 서로 개방한다.

아세안 10개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총 24조달러로 세계 7대 경제 규모다. 아세안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지난 15년간 6%대였고, 앞으로도 10년 이상 7%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주요 5개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액(1284억달러)은 중국(1176억달러)을 추월했다.

아세안 10개국이 투자처로 매력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인구 구조다. 아세안 지역의 인구 수는 총 6억3000만명. 하나의 권역으로 묶으면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3위 인구 대국이 된다.

중산층 증가세도 가파르다. FT는 아세안 지역 내 하루 16~100달러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인구 수가 현재 1억9000만명에서 2020년엔 4억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수시장이 커지면서 제조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원자재와 1차 가공 제품에 머물렀던 주요 수출품은 완제품으로 진화했다. 리건 레게트 닐슨리서치 동남아지역 연구원은 “현재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인구는 곧 ‘시급’이 아니라 ‘연봉’을 받는 첫 세대, 백색가전을 구매하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의 ‘기초 체력’도 개선되는 추세다. GDP 대비 정부 부채가 영국은 90%, 미국은 200%를 넘지만 아세안 지역 부채는 평균 50% 이하다. 컨설팅회사 맥킨지에 따르면 아세안에서 구매력평가기준 1인당 GDP가 7500달러 이상인 가구는 현재 6700만가구에서 내년엔 1억2500만가구로 증가할 전망이다.

○“연 7% 성장” 전망에 美·日 투자 공세

선진국 정부와 다국적 기업은 AEC 출범에 앞서 대대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공을 가장 많이 들이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의 동남아 투자는 2012년 64억달러로 2005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무역회사 마루베니와 온라인 유통업체 라쿠텐 등은 1988년부터 아세안에 투자해온 선두 업체다.

미국과 EU도 아세안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미국은 대아시아 투자액 중 3분의 1을 아세안 지역에 쏟아부었다. 이 지역 투자액은 중국 인도 한국 홍콩 대만 뉴질랜드 투자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유럽 의회(EC)는 이달 초 유럽 중소기업의 아세안 진출을 돕기 위해 ‘아세안 비즈니스 미션’을 발표했다.

지정학적 불안과 정치적 혼란, 영토 분쟁 등은 아세안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꼽히고 있다. FT는 “태국은 계속되는 시위와 정정 불안으로 투자 매력이 감소하고 있고,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에선 부정부패가 여전하다”며 “관세 등 행정 절차를 일원화하고 개혁을 진행하는 데 상당 기간 진통을 겪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