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카톡 은행' 미래 못읽는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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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
“뱅크월렛 카카오(카톡 은행)에 대한 관심이 너무 뜨거워 2개월 안에는 무조건 심사를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금융감독원에서 지급결제 보안성 심사를 담당하는 IT감독실 관계자는 요즘 카톡 은행과 씨름하느라 정신이 없다. 보안성 심사는 보통 2개월 이상 걸리지만 카톡 은행은 관심이 워낙 높아 가장 먼저 처리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업체인 카카오와 국내 15개 은행, 그리고 금융결제원이 함께 만드는 카톡 은행은 카카오톡을 통해 소액 송금과 결제가 가능한 지급결제 시스템이다. 카톡 은행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깔면 하루 50만원 한도 안에서 자유롭게 카카오톡 친구에게 10만원까지 돈을 보낼 수 있고 직접 물건을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카카오톡 가입자가 국내에서만 3700만명을 웃돌다 보니 금감원 직원들이 긴장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급결제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어서다.
이처럼 상황이 급변하다 보니 금융당국이 보안성 심사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비금융회사가 지급결제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시장 질서가 바뀌고 있는데도 우왕좌왕하며 큰 그림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비금융회사의 지급결제 관련 규제는 이미 구멍이 나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결제회사인 알리페이는 지난 5월부터 롯데면세점 등에서 결제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 어느 금융업법의 통제도 받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민감한 사안이라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는 식의 원론적인 답변만 몇 달째 되풀이하고 있다. 감독 사각지대가 발생했다는 최근 금융당국 내부의 자체 평가가 나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회사들이 지급결제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상황에서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사안별 접근에 머물고 있다”며 “국내업체들의 설 땅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새롭고 큰 변화를 대하는 금융당국의 자세가 단순히 ‘전산사고나 소비자 피해만 막으면 된다’는 식이라면 창조경제와 창조금융이라는 구호부터 접어야 할 것이다.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
금융감독원에서 지급결제 보안성 심사를 담당하는 IT감독실 관계자는 요즘 카톡 은행과 씨름하느라 정신이 없다. 보안성 심사는 보통 2개월 이상 걸리지만 카톡 은행은 관심이 워낙 높아 가장 먼저 처리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업체인 카카오와 국내 15개 은행, 그리고 금융결제원이 함께 만드는 카톡 은행은 카카오톡을 통해 소액 송금과 결제가 가능한 지급결제 시스템이다. 카톡 은행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깔면 하루 50만원 한도 안에서 자유롭게 카카오톡 친구에게 10만원까지 돈을 보낼 수 있고 직접 물건을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카카오톡 가입자가 국내에서만 3700만명을 웃돌다 보니 금감원 직원들이 긴장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급결제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어서다.
이처럼 상황이 급변하다 보니 금융당국이 보안성 심사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비금융회사가 지급결제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시장 질서가 바뀌고 있는데도 우왕좌왕하며 큰 그림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비금융회사의 지급결제 관련 규제는 이미 구멍이 나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결제회사인 알리페이는 지난 5월부터 롯데면세점 등에서 결제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 어느 금융업법의 통제도 받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민감한 사안이라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는 식의 원론적인 답변만 몇 달째 되풀이하고 있다. 감독 사각지대가 발생했다는 최근 금융당국 내부의 자체 평가가 나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회사들이 지급결제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상황에서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사안별 접근에 머물고 있다”며 “국내업체들의 설 땅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새롭고 큰 변화를 대하는 금융당국의 자세가 단순히 ‘전산사고나 소비자 피해만 막으면 된다’는 식이라면 창조경제와 창조금융이라는 구호부터 접어야 할 것이다.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