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 Stay] 전남 나주 이슬촌마을, 병풍 둘러싸인 평야…보리개떡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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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끝자락에서 병풍에 휘감긴 듯한 아늑한 농촌 마을이 있다. 금성산에서 뻗어나온 병풍산 기슭에 자리잡은 전남나주 이슬촌마을이다. 해발 200m의 나즈막한 병풍산에 오르면 이슬촌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병풍산을 등지고 펼쳐진 논밭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소박한 모습이다. 일교차가 심해 아침마다 풀잎에 이슬이 잘 맺힌다고 해서 이슬촌마을이다. 언뜻 보고 벼농사에 의존하고 있는 평범한 마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름이면 도시민의 안식처이자 놀이터가 되고, 겨울이면 크리스마스 축제가 열리는 동화 마을이 이곳이다.
○유교와 천주교의 공존
이슬촌은 끈끈한 주민 공동체 마을로 유명하다. 매년 1월1일 마을 주민들이 모여 ‘대동계’를 연다. 1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마을 축제다. 마을 주민들은 서로 안위를 묻고 어른들에게 세배를 올리고, 서로의 재능을 자랑하고 화합한다. 구한말 일제의 약탈과 강요 속에 설움을 받으면서 생겨난 마을 행사다.
이슬촌마을의 공동체 의식은 우리 민족의 시련과 맥을 같이한다. 때는 임진왜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왜란을 겪으면서 마을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흩어졌다가 이곳에 다시 모여 집단 생활을 했다고 한다. 마을 주민 수는 150여명. 가족 같은 분위기다.
유교적 전통 속에 천주교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114년 전 천주교 광주대교구에서 천주교 공소(사제가 없는 작은 신앙공동체)가 처음 들어선 곳이다. 마을 한복판에 나주지역 최초의 천주교회인 노안천주교회(지방등록문화재 44호)가 자리잡고 있다. 붉은벽돌의 단층 건물인 이 천주교회는 1910년께 지어진 것으로 1927년 서구식 성당으로 확장 신축됐다.
공동체 마을 장점을 살려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존했다. 주민들 모두 친환경 영농 작목반을 조직해 흙을 살리고 생태를 보존하기 위한 친환경 무농약 미생물 농법으로 쌀 과일 채소를 생산한다. 최근 들어 깻잎 가공공장을 만들어 깻잎특화 상품인 깻잎술 깻잎동동주 깻잎인절미를 공동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공동이익, 공동분배가 원칙이다.
○계절마다 변신
이슬촌마을이 농촌체험마을로 진화한 것은 10년 전이다. 2004년 녹색 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됐다. 이슬촌마을을 찾는 도시민은 매년 급증해 한 해 1만명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도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산에 둘러싸여 넓게 펼쳐진 평야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병풍산을 따라 남동쪽으로 금성산이 남북으로 길게 펼쳐져 있고, 멀리 동쪽으로 광주 무등산이 아른거린다. 금성산 등산로를 따라 30~40분가량을 오르면 정상이 나타나는데, 이곳에서는 탁 트인 나주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에는 논밭과 함께 잘 가꿔진 장미공원, 사슴농장, 토끼농장, 생태연못, 저수지, 전통우물이 잘 어우러져 있다.
계절별 다양한 농촌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농사는 물론이고 생태, 요리, 놀이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여름 휴가철엔 친환경 깻잎 따기, 토종 불미나리 캐기, 옥수수·이슬콩 따기 등의 농사를 경험할 수 있다. 아이들은 물고기나 야생화를 관찰하고, 풀피리 풀시계도 함께 만든다. 별미인 보리 개떡을 직접 만들어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널찍한 야외 수영장이 인기다. 아이들은 직접 만든 대나무 물총을 손에 쥐고 수영장에서 뛰논다.
겨울이면 크리스마스 축제가 열린다. 2007년부터 크리스마스 전후로 약 10여일간 개최해 온 ‘이슬촌 해피 크리스마스’ 축제는 마을 이름을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1㎞ 구간의 마을 진입로부터 성당과 주변 지역 9917㎡(3000여평)에 아치형 크리스마스 트리, 대형 양초 트리, 은하수 트리, 산타와 루돌프 등 형형색색의 트리가 장식돼 화려한 빛의 향연을 연출하고 있다. 국내에서 마을 단위의 크리스마스 축제를 연 곳은 이슬촌이 처음이다.
봄에는 꽃길 만들기, 장미 축제, 꽃밥 만들기, 꿩치기 등이 인기를 끈다. 가을에는 황토배 구워먹기, 벼 베기, 전통염색 체험, 황금들녘에 글라이더 날리기 등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먹거리 풍부
마을을 찾은 도시민을 위한 각종 시설도 제대로 갖춰져있다. 특히 폐교 부지를 활용한 청소년 수련장이 눈에 띈다. 109㎡(33평) 규모의 체험장은 공예, 천연염색, 양초만들기 등의 체험활동이 이뤄지는 곳이다. 리모델링된 교실은 200여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숙박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마을 신협 건물은 농산물판매장과 카페로 재탄생했고, 2층짜리 펜션도 방문객들의 편의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청소년수련장과 펜션뿐 아니라 다양한 숙박시설이 마련돼 있다. 민박집은 물론이고 게스트하우스도 있다.
나주 특유의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이슬촌마을에선 각종 친환경 깻잎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나주곰탕, 장어구이, 웅어회 등이 이 지역 별미로 꼽힌다. 무엇보다 미생물농법으로 생산한 이슬촌 쌀로 만든 밥이 도시민에게 인기가 높다. 입맛 까다로운 어린이도 이곳에서는 반찬투정을 하지 않는다. 계절에 따라 옥수수, 감자, 수박, 나주배 등이 간식으로 나온다.
■ 찾아가는 길
서울에서 온다면 경부고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를 거쳐 유덕톨게이트로 나와야 한다. 제2순환도로를 따라 유덕IC에서 나주 방면으로 오다가 양천교차로에서 광주 영광 방면으로 우측방향이다. 노안삼도로로 이동하다가 계량마을 방면으로 좌회전한 뒤 이슬촌길로 오다보면 목적지가 보인다. 주소는 전라남도 나주시 노안면 양천리 이슬촌마을. (061)335-0123 또는 010-9833-8042(김용남 씨)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유교와 천주교의 공존
이슬촌은 끈끈한 주민 공동체 마을로 유명하다. 매년 1월1일 마을 주민들이 모여 ‘대동계’를 연다. 1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마을 축제다. 마을 주민들은 서로 안위를 묻고 어른들에게 세배를 올리고, 서로의 재능을 자랑하고 화합한다. 구한말 일제의 약탈과 강요 속에 설움을 받으면서 생겨난 마을 행사다.
이슬촌마을의 공동체 의식은 우리 민족의 시련과 맥을 같이한다. 때는 임진왜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왜란을 겪으면서 마을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흩어졌다가 이곳에 다시 모여 집단 생활을 했다고 한다. 마을 주민 수는 150여명. 가족 같은 분위기다.
유교적 전통 속에 천주교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114년 전 천주교 광주대교구에서 천주교 공소(사제가 없는 작은 신앙공동체)가 처음 들어선 곳이다. 마을 한복판에 나주지역 최초의 천주교회인 노안천주교회(지방등록문화재 44호)가 자리잡고 있다. 붉은벽돌의 단층 건물인 이 천주교회는 1910년께 지어진 것으로 1927년 서구식 성당으로 확장 신축됐다.
공동체 마을 장점을 살려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존했다. 주민들 모두 친환경 영농 작목반을 조직해 흙을 살리고 생태를 보존하기 위한 친환경 무농약 미생물 농법으로 쌀 과일 채소를 생산한다. 최근 들어 깻잎 가공공장을 만들어 깻잎특화 상품인 깻잎술 깻잎동동주 깻잎인절미를 공동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공동이익, 공동분배가 원칙이다.
○계절마다 변신
이슬촌마을이 농촌체험마을로 진화한 것은 10년 전이다. 2004년 녹색 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됐다. 이슬촌마을을 찾는 도시민은 매년 급증해 한 해 1만명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도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산에 둘러싸여 넓게 펼쳐진 평야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병풍산을 따라 남동쪽으로 금성산이 남북으로 길게 펼쳐져 있고, 멀리 동쪽으로 광주 무등산이 아른거린다. 금성산 등산로를 따라 30~40분가량을 오르면 정상이 나타나는데, 이곳에서는 탁 트인 나주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에는 논밭과 함께 잘 가꿔진 장미공원, 사슴농장, 토끼농장, 생태연못, 저수지, 전통우물이 잘 어우러져 있다.
계절별 다양한 농촌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농사는 물론이고 생태, 요리, 놀이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여름 휴가철엔 친환경 깻잎 따기, 토종 불미나리 캐기, 옥수수·이슬콩 따기 등의 농사를 경험할 수 있다. 아이들은 물고기나 야생화를 관찰하고, 풀피리 풀시계도 함께 만든다. 별미인 보리 개떡을 직접 만들어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널찍한 야외 수영장이 인기다. 아이들은 직접 만든 대나무 물총을 손에 쥐고 수영장에서 뛰논다.
겨울이면 크리스마스 축제가 열린다. 2007년부터 크리스마스 전후로 약 10여일간 개최해 온 ‘이슬촌 해피 크리스마스’ 축제는 마을 이름을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1㎞ 구간의 마을 진입로부터 성당과 주변 지역 9917㎡(3000여평)에 아치형 크리스마스 트리, 대형 양초 트리, 은하수 트리, 산타와 루돌프 등 형형색색의 트리가 장식돼 화려한 빛의 향연을 연출하고 있다. 국내에서 마을 단위의 크리스마스 축제를 연 곳은 이슬촌이 처음이다.
봄에는 꽃길 만들기, 장미 축제, 꽃밥 만들기, 꿩치기 등이 인기를 끈다. 가을에는 황토배 구워먹기, 벼 베기, 전통염색 체험, 황금들녘에 글라이더 날리기 등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먹거리 풍부
마을을 찾은 도시민을 위한 각종 시설도 제대로 갖춰져있다. 특히 폐교 부지를 활용한 청소년 수련장이 눈에 띈다. 109㎡(33평) 규모의 체험장은 공예, 천연염색, 양초만들기 등의 체험활동이 이뤄지는 곳이다. 리모델링된 교실은 200여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숙박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마을 신협 건물은 농산물판매장과 카페로 재탄생했고, 2층짜리 펜션도 방문객들의 편의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청소년수련장과 펜션뿐 아니라 다양한 숙박시설이 마련돼 있다. 민박집은 물론이고 게스트하우스도 있다.
나주 특유의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이슬촌마을에선 각종 친환경 깻잎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나주곰탕, 장어구이, 웅어회 등이 이 지역 별미로 꼽힌다. 무엇보다 미생물농법으로 생산한 이슬촌 쌀로 만든 밥이 도시민에게 인기가 높다. 입맛 까다로운 어린이도 이곳에서는 반찬투정을 하지 않는다. 계절에 따라 옥수수, 감자, 수박, 나주배 등이 간식으로 나온다.
■ 찾아가는 길
서울에서 온다면 경부고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를 거쳐 유덕톨게이트로 나와야 한다. 제2순환도로를 따라 유덕IC에서 나주 방면으로 오다가 양천교차로에서 광주 영광 방면으로 우측방향이다. 노안삼도로로 이동하다가 계량마을 방면으로 좌회전한 뒤 이슬촌길로 오다보면 목적지가 보인다. 주소는 전라남도 나주시 노안면 양천리 이슬촌마을. (061)335-0123 또는 010-9833-8042(김용남 씨)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