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의 파리바게뜨가 바게트빵의 본고장인 프랑스의 파리 중심상권에 유럽 1호점을 열었다고 한다. 이는 현대차가 자동차의 원조인 미국시장에 1986년 처음 입성한 것만큼이나 경이로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1988년 파리바게뜨를 창업한 허영인 회장의 26년 외길 집념이 파리에 빵 수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이 점포를 내기까지 8년을 공들였다니 어려움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파리바게뜨는 2004년 중국을 필두로 10년 만에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프랑스 등 5개국에 181개 매장을 확보했다. 프랑스 진출을 계기로 미주·유럽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한다. 단순히 빵만 파는 것이 아니라 한국 스타일과 접목한 베이커리 문화를 유럽에 판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허 회장의 도전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2020년 해외 매출 2조원으로 세계 제과제빵 1위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가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니라고 본다.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던 한국이 이만큼 경제발전을 이룬 것은 기업가들의 무모하리만치 과감한 도전 덕분이다. 백사장 사진과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를 들고 수주한 배 두 척으로 조선강국을 이뤘고, 발걸음 수로 선진국 공장의 길이를 몰래 재보고 시작한 반도체로 세계 1위가 됐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자원빈국이 석유류와 석유화학제품으로 연간 1000억달러 이상 수출한다. 이런 도전의 DNA가 한국 빵집의 유럽 본고장 진출을 이뤄낸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한국산 햄버거를 팔고, 이탈리아에서 한국산 파스타를 팔지 못할 이유도 없다.

한국인에게 절실한 것은 자원도 조상의 음덕도 아니다. 상상력과 도전의지만 있다면 못 할 일이 없다. 이제는 단순히 공산품을 만들어 파는 시대가 아니다. 한류가 멋진 문화 수출상품이 됐고, 지금은 행정 시스템과 119 노하우, 새마을운동, 의료시스템, 교통카드, 통행료징수, 우편물류까지 수출한다. 파리바게뜨가 콧대 높은 프랑스를 뚫었듯이 더 많이, 더 다양하게 세계로 나가자. 좁은 땅, 넓게 쓰자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