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을 때 이 회사 기업어음(CP)을 다량 보유하고 있던 머니마켓펀드(MMF)의 순자산가치(NAV)는 주당 1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안전한 투자처로 여겼던 MMF에서 대규모 환매 사태인 ‘펀드런’이 벌어지면서 금융시장은 큰 충격을 입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3일(현지시간) 이 같은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MMF 개혁안을 통과시켰다고 발표했다. 주당 1달러에 고정됐던 MMF의 NAV는 앞으로 시장 가격에 따라 변동된다. 또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MMF 환매가 제한될 수 있다. 다만 개인이 주로 투자하는 소매 MMF나 정부펀드 등 펀드런 우려가 작은 부문은 제외됐다. 이번 개혁안은 MMF가 어떤 경우에도 주당 1달러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환상을 깨뜨리고,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대규모 펀드런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SEC는 2010년부터 정부가 보장하는 예금만큼이나 안전하면서도 수익성이 높다고 과대평가된 MMF를 개혁하려 했다. 1971년 MMF가 등장한 이래 NAV가 1달러를 밑돈 것은 세 차례에 불과하지만 리먼사태 이후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월가의 로비에 막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 개혁안 통과는 연방검사 출신 메리 조 화이트 SEC 위원장이 칼을 빼들면서 급물살을 탔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