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서울대 총장의 인기영합 공약
서울대가 모든 교수에게 1인당 500만원을 연구 지원금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한 시점은 이달 10일께. 총장 선출 결과를 두고 교수협의회와 이사회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다. 당시 상당수 교수들은 총장추천위원회의 평가 결과를 뒤집은 이사회와 이사회 의장인 오연천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교수들의 연구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장려금”이라는 서울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퇴임을 앞둔 총장이 선거를 둘러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500만원 지급’ 카드를 꺼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런 미묘한 시점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오 전 총장이 마지막 직선제 총장선거였던 2010년 ‘교수 실질연봉 3000만원 인상’과 같은 비현실적인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한 교수는 “연봉을 크게 올려주겠다는 공약만 보고 오 전 총장에게 표를 준 교수들이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총장이 되고 난 뒤 막상 교수 연봉을 크게 올려주기 어려워지자 “왜 공약을 안 지키느냐”는 교수 사회의 불만이 커졌다고 한다.

서울대 내부에서는 최근 임기를 시작한 성낙인 총장도 선거 과정에서 오 전 총장 못지않게 비현실적이고 인기영합주의적인 공약을 내놓았다고 우려한다. 성 총장은 현행 65세인 교수 정년 연장, 의무 강의시간 감축, 해외출장·문화생활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연간 500만원 상당의 바우처 지급 등을 공약했다. 이에 대해 대학본부의 한 관계자는 “성 총장이 앞으로 학교가 처한 재정적 어려움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는 지난해 21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성 총장은 총장 선출 직후 서울대를 ‘국가에 봉사하는 선한 인재들의 배움터’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물론 총장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교수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는 일도 그가 당면한 과제의 하나다. 그렇다고 해서 교수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전임자와 비슷하게 ‘나눠먹기식’으로 대학을 운영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에도 성 총장이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오형주 지식사회부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