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가치관
흔히들 회사의 목적을 ‘이윤 추구’라고 한다. 가끔 기업들이 부도덕한 일이나 편법을 저질러 지탄받을 때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이윤 추구가 목적이다.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과연 기업의 목적이 이윤 추구뿐인가? 최소한 우리 회사는 아니다. 그게 내 가치관이다. 자신의 가치관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짧은 시간에 되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도 많이 해야 하고 때로는 방황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나만의 해답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시간은 결코 허송세월이나 낭비가 아니다. 스스로 가치관을 찾지 않으면 늘 공허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공허함을 물질로 채우려고 한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 가치관을 제대로 갖지 못하면 이윤 추구만이 목적이 된다.

그렇게 돈을 많이 벌면 인생이 즐겁고 만족스러울까.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물질로 추구하는 행복은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것이라서 많을수록 더 갖고 싶어진다. 더욱 더 많은 돈, 많은 이윤을 향해 질주하다 보면 결국 사람들의 마음은 떠나고 만다. 돈은 많이 벌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신뢰나 좋은 평판은 받지 못할 것이다.

가치관이 너무 뚜렷하면 다른 가치관과 부딪히고 갈등을 일으킨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 않다. 가치관을 제대로 세우면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눈도 생긴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에 대한 가치관을 분명히 세우면 물질적으로 과욕 부리는 사람들을 우습게 보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아량이 생긴다.

서로 분명한 가치관을 갖고 상대의 가치관을 인정해야 사회가 소통한다. 많은 사람들은 너무 자기 것만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사는데 너는 왜 이렇게 사니?’ 이런 식이라면 설익은 가치관이다. 요즘 우리 사회가 소통이 단절됐다고 하는 이유가 별거 있겠는가. 남의 가치관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것을 세우고 남의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소통이 시작되고 갈등은 해소된다.

조웅래 < 맥키스 회장 wrcho@themackis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