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너무 밋밋한 음악…와일드혼 작곡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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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드라큘라', 너무 밋밋한 음악…와일드혼 작곡 맞아?](https://img.hankyung.com/photo/201407/AA.8920873.1.jpg)
최근 국내에 올려진 체호프의 초기작 ‘플라토노프’나 ‘이바노프’ 공연을 보면, 왜 이들 작품이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새롭게 조명되는 그의 ‘4대 장막극’과는 달리 그동안 거의 무대화되지 않고 외면받아온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공연의 완성도를 떠나 원작의 결함과 한계가 먼저 보이는 무대들이었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지난 17일 본공연의 막이 오른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의 뮤지컬 ‘드라큘라’도 그랬다. 와일드혼의 ‘지킬 앤 하이드’가 한국에서 대박을 터뜨린 이후 그의 이름값에 기댄 작품들이 국내에서 앞다퉈 무대화됐다. 작년엔 ‘카르멘’ ‘스칼렛 핌퍼넷’ ‘보니 앤 클라이드’ 등 국내 초연작을 비롯해 여섯 편이나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한국에서 유별난 와일드혼의 인기를 감안하면 2001년 미국에서 초연된 ‘드라큘라’가 이번에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공연에서 그럴 만한 이유가 보였다. 무대세트의 웅장한 위용과 정교한 전환,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뮤지컬 스타들의 열연도 드라마와 음악의 빈약함을 감추기엔 부족했다. 드라큘라 백작의 유명한 사랑 이야기가 무대에서 짜임새 있게 엮어지지 않는다. 이야기 전개에 개연성이 떨어지고, 드라큘라와 미나의 캐릭터 변화에 설득력이 부족하다.
음악은 단조롭다. 지루한 느낌마저 든다. 지난해 국내 초연된 일부 작품들에 이어 이번에도 작품 전체를 음악적으로 구성하고 설계하는 와일드혼의 능력에 의문이 들게 한다. 고만고만하고 엇비슷한 강도와 톤의 서정적인 노래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캐릭터별로 음역이나 색깔의 차이도 없고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리는 노래도 없다.
공연 초반임에도 안정돼 있는 퍼포먼스가 그나마 볼거리다. 류정한 정선아 양준모 이지혜 등 주요 출연진은 어찌 됐든 무대에서 정상급 기량과 매력을 보여준다. 오페라극장의 4중 회전무대 장치를 이용해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내는 무대세트는 대형 뮤지컬에 기대하는 시각적 즐거움을 충족시킨다. 공연은 9월5일까지, 5만~14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